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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스위스 신혼여행 6박7일(6/23~6/29) Day 4.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

by Jped 2024.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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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 맑음! 그린델발트의 아침 

추적추적 비왔던 어제의 그린데발트와 달리, 오늘의 그린데발트는 거짓말처럼 맑았다. 개운한 몸을 일으켜 나가본 테라스에서는 아이거북벽 뷰가 웅장하게 펼쳐졌고 상쾌한 공기가 콧등을 스쳤다. 도시의 소음은 사라진지 오래고 짹짹이는 새소리와 풀내음으로 가득찬 공간이었다. 비싼 돈을 들였지만 어렵게 예약한 보람이 있었다. 조식 메뉴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린데발트 산 치즈와 계란, 과일과 빵으로 건강히 배를 채울 수 있었다. 

 

Hotel Cabana 아침 테라스 풍경
아침 식사

 

오늘은 융프라우를 가기로 한 날이다. 어제 저녁 내리던 비가 이어진다면 계획을 변경해야 했을텐데 이렇게 거짓말 같이 날이 맑아졌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융프라우를 가려면 아이거글레처(Eigergletscher)에 도착하여 터널을 따라 연결된 산악열차를 따라 융프라우역으로 가야 한다. 이 산악열차 구간은 융프라우 vip 패스권이 있어도 왕복 1회만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그린데발트에서 아이거글레처까지 가는 것은 기차를 타고 가거나 곤돌라를 타는 2가지 방법이 있다. 기차보다는 곤돌라가 더 빨라 곤돌라를 타기로 했고, 곤돌라 터미널역이 따로 있어 그곳까지 걸어가며 그린데발트의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Hotel Cabana
곤돌라 터미널 가는 길
그린델발트 터미널역
곤돌라 타고 가면서
아이거글레처역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

곤돌라를 타고 도착한 아이거글레처는 눈밭으로 가득했다. 차가운 공기와 저멀리 여러 산봉우리들을 보니 융프라우가 얼마 남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해발 4158m의 융프라우는 유럽의 지붕(Top of Europe)이라 불려 종종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는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계에 있는 4810m의 몽블랑이지만 20세기 초 개통한 융프라우역이 현재까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라 유명해졌다고 한다. 융프라우역에 도착 전에 아이스메르(Eismer)역에 잠시 정차하는데 이때 화장실을 가거나 창문 너머로 설산 뷰를 볼 수 있다. 

 

아이거글레처역에 정차하는 산악열차
융프라우 직전 정차역, Eismer역

 

드디어 융프라우역에 도착하였다. 융프라우는 굉장히 넓고 둘러볼 곳이 많아 번호가 쓰여 있는 표지판을 따라 차례로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눈밭에서 스위스 국기를 펄럭이며 사진을 찍는 것이 1순위라 전망대로 바로 향했다. 매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곧바로 갈 수 있다. 전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이 만년설의 경관을 구경하며 사진찍기 바빴다. 인증샷을 남기고 전망대 바로 아래 위치한 얼음 궁전에 들어가 보았다. 1930년에 이 높은 곳에 이러한 공간을 만든 이래로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빙하 고원 전망대
얼음 궁전

 

한국에서 스위스 융프라우를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꼭 신라면 얘기를 한마디씩 한다. 우리도 역시나 이곳에서 신라면을 먹을 예정이었고 다행히도 융프라우 vip 패스권에 신라면 쿠폰이 포함되어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10년전 이곳에서 7천원을 내고 같은 신라면을 사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SKT 어플에서도 커피쿠폰이 있어 무료로 마실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알파인 센세이션을 들리고 내려가기로 했다. 이곳은 융프라우 철도 100주년을 기념하는 곳인데 알록달록한 조명 아래 동화 같은 스노볼이 인상적이다. 

 

 

알파인 센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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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에서 라우터브루넨으로 

천운과 같은 날씨 속에 융프라우 구경을 기분좋게 마치고 하산하기로 하였다. 오후에는 쉴트호른(Schilthorn)에 올라가보기로 하였다. 하행하는 융프라우 산악열차에서는 역무원이 패스권을 확인하며 기념 초콜릿을 나눠주었다. 산열열차가 터널을 통과하여 아이거글레처역을 지나자 설산의 하얀 풍경이 조금씩 초록빛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쌀쌀했던 공기에도 어느덧 온기가 찾아왔다. 클라이네샤이덱이라는 곳에서 하차하였고 그곳에서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으로 향하는 기차로 갈아탔다. 

 

융프라우 vip 패스권, 기념 초콜릿
융프라우 산악열차
클라이네샤이덱

 

산 중턱에 이렇게 멋진 역과 기찻길,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멀리 융프라우 설산을 뒤로하고 주변의 푸른 초원과 한적한 풍경이 너무나도 평화롭게 느껴졌다. 스위스 기차여행의 재미가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다. 다시 기차를 타고 라우터브루넨역에 도착하였고 이곳에서 쉴트호른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하였다. 라우터브루넨은 높이 300m에 이르는 거대한 골짜기 사이에 자리 잡은 마을로 절벽 위에서 흩뿌려지는 폭포의 광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슈타우바흐 폭포는 297m나 되는 스위스에서 2번째로 높은 폭포이다. 동네를 구경하고 버스를 타고 케이블카역으로 이동하였다. 

 

슈타우바흐 폭포 앞에서
케이블카역까지 가는 버스

 

비오는 쉴트호른, 그리고 뮈렌 마을 

버스가 케이블카역에 내려주면 매표소가 바로 있다. 이곳은 융프라우 vip 패스와는 별개로 티켓을 구입하여야 한다. 1인 42.8프랑의 비용이 들었고 스위스 트레블 패스를 소지하면 할인이 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고 해도 쉴트호른까지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간에 김멜발트(Gimmelwald), 뮈렌(Murren), 비르크(Birg)라는 곳을 차례로 정차하고 갈아타서 1시간은 가서야 도착할 수 있다. 날씨의 요정은 쉴트호른까지 허락하지는 않았다. 산중턱에 다다르니 어느덧 주변에 구름이 잔뜩끼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르크역에는 발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스카이라인 워크를 체험할 수 있는데 정말로 아찔했다. 1969년 개봉한 영화 [007 여왕 폐하 대작전]에 등장해 007산이라는 별명이 붙은 쉴트호른에는 45분에 한번씩 회전하는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 제임스 본드 맥주를 마시며 날씨의 아쉬움을 달랬다. 

 

쉴트호른 케이블카 티켓
김멜발트에서 뮈렌으로
스카이라인 워크
비르크에서 쉴트호른으로
쉴트호른, 45분 마다 360도 회전하는 식당

 

이렇게 높은 곳에서 주변이 흐리고 비가 내리니 오싹하였다. 간단히 햄버거와 파스타로 식사를 하고 내려가는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중간에 뮈렌 마을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이곳은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청정마을인데 한국인에게 통나무 포토존이 유명하다. 비 내리는 거리에서 우산없이 바람막이 점퍼에 의지하여 하염없이 걸었다. 걷다보니 정말 사진 속에서 봤던 통나무 포토존이 떡하니 보였고 기념 사진을 남겼다. 날씨가 맑았다면 산속 배경과 어우러져 예쁘게 찍혔을 텐데 아쉬웠다. 고즈넉한 산골 동네의 풍경을 음미하고 다시 하산하는 케이블카에 몸을 맡겼다. 

 

뮈렌 마을 거리

 

통나무 포토존

 

벨베데레 온천에서 하루의 마무리

오전에는 융프라우, 오후에는 쉴트호른이라는 큰 봉우리 투어를 마치고 드디어 그린델발트로 돌아왔다. 높은 곳의 추운 날씨에 대비하여 내복까지 챙겨입어서 땀도 많이 났고 즐겁지만 고된 하루였다. 숙소 근처 미리봐둔 벨베데레(Belvedere) 호텔의 온천에서 피로를 풀기로 했다. 수영장과 노천탕이 함께 있는 이곳 온천은 비투숙객도 이용이 가능한데 밤 10시까지 이용가능하고 1인 27프랑의 비용이 든다. 비용을 더 내면 사우나도 이용할 수 있다. 

 

벨베데레 호텔 온천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실내 수영장과 스파를 맘껏 이용하고 야외 노천탕도 너무나 좋았다. 저멀리 아이거 북벽 뷰가 보이는 쾌적한 공기와 자연에서 온천을 즐기는 기분은 최고였다. 역시 물놀이가 가장 재밌는 것 같다. 스위스 여행의 가장 큰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 융프라우 투어를 마치고 어느새 우리의 짧은 6박7일 여정도 후반부로 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설렘과 기대로만 가득했던 여행에 어느덧 지나가는 시간의 아쉬움이 조금씩 커져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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