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도시 루체른으로 향하다
체르마트와 그린델발트 여행을 마치고 오늘은 루체른(Luzern)으로 떠나는 날이다. 루체른까지 기차로 3시간 가까이 걸리는 일정이라 아침 일찍부터 이동하기로 계획했다. 아침 기차는 한산했고 가벼운 마음으로 창문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한번 갈아탔고 이후로는 브리엔츠 호수와 Lungern 호수, Samen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펼쳐진 레일을 따라 달리더니 어느새 루체른에 도착했다. 오늘도 우리의 스위스는 햇살이 화창한 기분 좋은 날씨가 함께해주었다.
루체른 역에 도착 후 가장먼저 숙소에 들려 짐을 맡기기로 하였다. 예약한 숙소는 Hotel Alpina란 곳인데 아고다에서 21만원에 예약했다. 조식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고 다른 숙소와 마찬가지로 8개월 전쯤에 예약했다. 루체른 도심은 숙소가 많아서 예약이 어려운 편은 아니다. 숙소 1층에는 바 영업을 함께해서 조금 산만한 모습이었다. 역에서 5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고 유람선 선착장과 카펠교가 모두 가까워 편리했다. 방과 화장실 크기도 넉넉해서 여러모로 쾌적했다.
유람선을 타고 떠난 리기산
루체른역 바로 옆에는 루체른 여객선 터미널이 위치한다. 이곳에서 드넓은 루체른 호수로 떠나는 유람선을 탈 수 있고 호숫가에 위치한 여러 마을에 내릴 수 있다. 도착한 마을에서는 기차와 케이블카 등을 이용하여 리기, 필라투스, 티틀리스와 같은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갈 수 있다. 이 모든 교통편이 스위스 트레블 패스를 소지할 경우 무료로 이용가능하다. 우리는 리기산에 가보기로 하였고 호텔에 짐을 맡긴 뒤 바로 여객선 터미널로 향했다. 유람선을 타니 태양이 더욱 강하게 내리쬐었지만 남녀노소 나이 불문하고 모두들 행복해보였다. 한국에서는 사과 물가가 비싸다던데 여기 숙소에서는 웰컴 사과로 나눠주어 맛있게 먹었다.
리기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일단 피츠나우(Vitznau) 선착장에 내려 리기 쿨름(Rigi Kulm)까지 이어진 산악열차를 타고 오르기로 하였다. 루체른 여객선 터미널에서 피츠나우 선착장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고 유람선에서 호수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베기스(Weggis) 선착장을 지났는데 나중에 리기산에서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베기스 케이블카역에 내린 후 이곳에서 유럼선을 타고 루체른으로 돌아오기로 계획하였다.
산악열차를 타고 도착한 리키 쿨름
스위스 관광지는 대부분 높은 산봉우리를 올라가는 코스가 많은데 열차나 케이블카를 타고 일단 올라가는 것이 우선이다. 1797m 높이의 리기산을 타고 올라가는 산악열차는 1871년에 유럽에서 최초로 놓인 것이라 한다. 리기산 정상에서 보이는 알프스 고봉들과 여러 호수들의 전경이 워낙 빼어나 옛부터 유명했다고 한다. 산악열차를 타고 30분 정도 올라 종착역 리기 쿨름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생긴 지 200년이 넘은 리기 쿨름 호텔이 있어 투숙도 가능하며 비투숙객도 1층 테라스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호텔 테라스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소시지랑 파스타를 먹었는데 이곳 소시지는 독일에서 파는 정성스런 수제소시지 느낌이었고 스테이크처럼 맛있었다. 루체른 호수와 알프스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맛은 일품이었다. 산악열차역에서 정상까지는 5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는데 중간에 [노인의 길, 젊은이의 길] 표지판이 있어 흥미롭다. 노인의 길은 경사가 완만하여 오르기 편하고 젋은이의 길은 경사가 급하지만 금방 올라갈 수 있다. 시원한 바람과 탁트인 뷰가 너무나 멋졌다. 여러모로 많이 다르지만 예전에 한국에서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제주도의 가파도에 갔을 때 맞았던 바람이 생각났다.
하이킹하며 지나간 켄첼리 전망대
리기산은 하이킹하기 좋은 코스로도 유명하다. 직접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꼭대기 리기 쿨름역부터 리기 칼트바트역까지 걸어서 3시간 정도 거리의 하이킹 코스가 있다. 풀 코스를 걷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중간에 리기 슈타펠회에역에서 리기 칼트바트역까지 이어지는 40분 정도의 코스를 걷기로 하였다. 이 코스에는 캔첼리 전망대가 포함되어 들르기로 하였다. 리기 쿨름에서 리기 슈타펠회에역까지 열차를 타고가 내렸고 하이킹을 시작하였다. 어느 알프스 산맥과 다름없이 푸르른 언덕이 이어졌고 풀뜯어 먹는 소들도 만났다. 캔첼리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수뷰는 장관이었고 낙동강이 휘감아 흐르는 한국의 하회마을과 닮아 보였다.
켄첼리 전망대를 지나 리기 칼트바트역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베기스행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기로 하였다. 리기 칼트바트역에는 마리오 보타라는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전망좋은 스파 호텔이 있는데 뷰가 정말 미쳤다. 나중에 루체른에 다시 온다면 이곳에 꼭 하룻밤 묵고 싶었다. 젊어서 하나라도 더보려고 바쁘게 돌아다녔던 장소 중에 인상깊었던 곳은 훗날 여유롭게 다시 찾아 새롭게 즐긴다면 또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케이블카를 타고 베기스 케이블카역에 도착하였고 사람들을 따라 같이 15분 정도 걸어가 베기서 선착장에 도달했다. 루체른으로 향하는 유람선을 기다리는 인파가 상당했다.
10년만에 다시 찾은 카펠교
베기스에서 유람선을 타고 다시 루체른에 도착하였다. 루체른의 상징이라 불리는 카펠교를 둘러 보기로 하였다. 이 다리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 덮인 보행자용 목조다리인데 14세기에 구시가와 신시가를 연결하고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건설했다고 한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카펠교 근처에는 여러 행사가 열리는 듯했고 푸드트럭이 즐비했다. 10년 전 2014년 여름에 루체른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꽃장식이 아름답던 카펠교가 인상깊어 기억에 남았는데 2024년 현재의 이곳은 여전히 그 고풍스러움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도시의 풍경도 한결같았다. 유럽을 다니다보면 아파트가 즐비하고 조금만 낡아버리면 재건축을 고대하는 우리나라의 도시와 정반대의 정서를 지녔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고풍스런 목조 다리를 건너 식당가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강을 따라 호텔과 식당이 즐비하였고 사람이 정말 많았다. 스위스 여행의 마지막 저녁 식사로 퐁듀를 먹기로 정했고 Restaurant Schiff 을 찾았는데 정말 운좋게 강가의 테라스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루체른은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다른 스위스의 도시보다 소시지 메뉴가 많았다. 우리는 퐁듀와 소시지를 시켰고 음료까지 총 78.8프랑의 비용이 나왔다. 와이프는 퐁듀에 알콜이 포함되어 역한 맛이 들었다고 한다. 이전에 체르마트에서는 알콜 프리를 부탁해서 잘 먹었는데 예민하신 분들은 알콜 프리로 요구해도 좋을 것 같다.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카펠교를 마주하며 잊지 못할 저녁 식사를 마쳤고 여행의 마지막 밤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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