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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영국,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한달 여행(9/13~10/12), #12. 가우디의 숨결이 깃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by Jped 2025.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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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투어의 시작,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 

9/28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어제는 몬세라트 근교 투어를 다녀왔고 오늘은 가우디 투어를 시작으로 시내 여러 곳을 둘러보는 날이다. 바르셀로나 출신의 안토니 가우디는 스페인 건축학의 아버지라 불리는데 이곳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등 그의 손길을 거쳐간 많은 건축들이 있다. 이러한 건축들을 소개해주는 가이드 투어가 여럿 있는데 그중 우리는 실내는 들어가지 않고 외관만 반나절 구경하는 투어를 선택하였고 2인 6만8천원의 가격이었다. 투어는 오전 9시에 카사 바트요(Casa Batlló)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은 바르셀로나 최고의 상권이 형성된 그라시아 거리에 위치한다. 용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해낸 카탈루냐의 수호성인 산 조르디의 전설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는데 정말 외벽과 창문, 지붕 하나하나가 이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를 구경하고 그라시아 거리를 따라 좀더 가면 카사 밀라(Casa Milà)에 도착한다. 이곳은 모서리 하나 없이 울룩불룩 물결치듯 흐르는 외관이 인상적이며 건물 한가운데는 빛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중정이 위치하고 엘리베이터까지 있을 정도로 당시로써는 최첨단의 건축이다. 건물 한켠에는 El Cafè de la Pedrera 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곳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다. 정말 한번도 보지 못했던 창의적이면서 현대적인 가우디의 건물은 건축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굉장한 인상을 남겼다. 카사 밀라에는 현재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분의 SNS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실내 디자인에 대해 구경할 수 있다. 본인의 집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기분은 어떨까 너무 궁금했다. 

 

카사 밀라 외관에서
카사 밀라 중정
El Cafè de la Pedrera 에서

 

산 파우 병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독특한 외관의 두 건축을 구경한 후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여 산 파우 병원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가우디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가 인정한 천재 건축가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가 남긴 대표작이다. 원래는 각 의학 분야를 상징하는 48개 병동을 지으려 했으나 1923년 12개 병동만 완공된 채 그가 사망하고 그의 아들이 공사를 이어받으면서 27개 병동을 보유한 채 세상에 공개되었다. 미술관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이었다. 환자들을 위한 정원은 평화로웠고 당시 쓰였던 식용 라벤더가 곳곳에 심겨 있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정문에서 병원을 등지고 바라보면 멀리 정면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보인다는 것이다. 

 

산 파우 병원
정문에서 멀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보인다
가우디 거리

 

산 파우 병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잇는 보행자 전용도로에는 가로수와 노천카페가 늘어서있는데 이곳을 가우디 거리라 부른다. 산 파우 병원 투어를 마치고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가우디 거리를 따라 걸었다. 바르셀로나의 역사, 가우디라는 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 등 재밌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걸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 정면을 보지 말고 조심히 땅을 보고 걸으라는 것이다. 그러다 가우디 거리가 끝나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도착했을때 한번에 고개를 들어 성당을 응시하였다. 눈앞에 거대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실체가 펼쳐졌고 그 첫인상은 정말 장엄하고 환상적이었다. 그 어떤 도시에서도 만나 본적 없는 독특한 양식의 가우디 기법이 완전히 녹아든 거대한 성당은 너무나도 창의적이었다. 아직도 공사 중인 이곳은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고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북동쪽 입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남서쪽 출구

 

너무나 맛있던 한식당 서울정 

가이드 투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대한 외관 설명으로 끝이났다. 외벽 하나하나마다 얽힌 스토리와 상징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내부 입장은 따로 예약이 필요한데 우리는 2시15분 입장을 미리 예약하였고 2인 7만7천원의 비용이 들었다. 입장 전에 시간이 남아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고 한식이 땡겨 책에 소개된 서울정이란 곳을 찾았다. 큰 기대없이 오랜만에 한식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찾았는데 정말 대박이었다. 내용은 한국 음식인데 세팅은 외국의 근사한 레스토랑이었다. 배추김치가 꽃처럼 예쁘게 말려있었고 김치찌개에 두부도 정갈하게 놓여져 음식의 품격이 높아 보였다. 제육볶음도 너무나 맛있었고 전반적으로 흠잡을데없이 고급진 한식당이었다. 총 40유로의 비용이 들었고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바르셀로나에 머무는 동안 계속 생각나 다시 가고싶었지만 오픈 시간이 안맞아 또가지는 못하였다. 

 

제육볶음, 김치찌개
후식 멜론
가우디 거리

 

서울정은 가우디 거리 한복판에 위치하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관람 전후로 식사하기 좋은 곳이다. 배불리 먹은 후 나온 가우디 거리는 화창했고 너무나 평화로웠다. 구름한점 없는 하늘에 떠있는 태양이 따뜻하게 도심을 덮어주고 있었다. 시간 맞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입장하였고 앱을 다운 받으면 무료로 한국어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이곳은 환상적인 외관 뿐만 아니라 내부도 감동적이다. 가우디가 하나하나 신경써서 만든 기둥과 천장, 스테인드글라스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또한 출구에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라는 기도문이 각 나라의 언어로 적혀 있는데 한글 문구도 있어 인상적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출구 대문의 기도문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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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신이 깃든 몬주익 지구

가우디로 시작해서 가우디로 끝나는 바르셀로나의 화려한 건축 구경을 마치고 멀리 몬주익 지구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이곳은 해안가 서쪽에 불쑥 튀어나온 언덕 일대인데 1929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를 위한 전시장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1992년 올림픽때 황영조 선수가 힘겹게 몬주익 언덕을 달리고 금메달을 목에 건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가기위해서는 Parallel 지하철역에서 푸니쿨라로 환승하면 도착할 수 있다. 이곳 몬주익 언덕의 해발 높이는 173m 인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172.5m 로 자연보다 높은 인공의 건축물을 짓지 않으려 했던 가우디의 철학에 또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Parallel 역에서 푸니쿨라로 환승
몬주익 언덕
몬주익 올림픽 경기장

 

도착한 몬주익 언덕에는 뙤약볕이 따가울 정도로 비추고 있었다. 차는 별로 다니지 않았고 한산한 풍경이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몬주익 올림픽 경기장에 도착하였고 안에는 입장할 수 없었다. 사실 경기장보다 더욱 관심은 황영조 선수 기념석을 보는 것이었다. 경기장 맞은편에는 황영조 선수의 벽화와 태극기, 한국말로 두나라의 우정을 기리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지금 이렇게 이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황영조 선수가 이 언덕을 필사적으로 오르면서 달려 결국 우승을 했다는 것이 다시 한번 감격스럽게 느껴졌다. 

 

두 나라의 우정을 기리는 글귀
황영조 선수 벽화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


바르셀로나 해안선을 한눈에 볼 수 있던 몬주익성

올림픽 경기장에서 도로를 따라 좀더 걸으면 몬주익 공영 수영장에 도착한다. 이곳은 과거 올림픽 경기나 굵직한 국제 수영 대회가 열리 곳인데 현재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되어있다. 원래 이곳에서 수영도 해보고 싶었는데 현재는 수영이 불가해서 구경만 하였고 함께 운영하는 바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였다. SALTS 란 곳이었는데 수영장과 바르셀로나 시내 뷰를 바라보며 음료를 마시고 시원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맑고 화창한 하늘과 함께 오늘 돌아다닌 바르셀로나 시내 전역이 한눈에 보였다. 불과 173m 밖에 되지 않는 언덕이었지만 시내가 이렇게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공 건축이 자연 언덕보다 높지 않게 건축하고자한 가우디의 철학 덕분이지 않나 싶었다. 

 

공영 수영장에 위치한 바, Salts
몬주익 공영 수영장
관람석에 앉으면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알칼데 전망대

 

몬주익 언덕에는 바르셀로나 시내와 지중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뷰 포인트가 많다. 알칼데 전망대는 몬주익성으로 올라가는 언덕 중턱에 위치한 전망대로 벨 항구와 Maremagnum 쇼핑몰이 한눈에 보이는 명당이다. 남프랑스를 다니면서 여러 항구 도시를 관광하며 감탄했지만 바르셀로나가 역시 가장 크고 장엄한 뷰를 보여주었다. 알칼데 전망대를 지나 좀더 올라가면 몬주익성에 도착한다. 중세 시대의 양식을 그대로 담고 있는 몬주익성은 현재의 평화로운 모습과 달리 역사적 아픔이 많다고 한다. 스페인 내전 당시 서로의 포로를 고문하고 감금하였고 프랑크 독재 시절에는 반독재 인사를 가둔 장소로 쓰였던 것이다. 요새로써 잘 갖추어진 유럽의 여러 성들은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복잡하게 얽힌 사연이 많은 것 같다. 몬주익성에 올라가면 평활한 성벽 바닥이 펼쳐지고 멀리 바르셀로나 시내와 지중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몬주익성
멀리 벨 항구가 보인다
북쪽으로는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너무나 맛있던 상그릴라 한잔

파리에 몽마르뜨 언덕이 있고 피렌체에는 미켈란젤로 언덕이 있다면 바르셀로나에는 몬주익 언덕이 있다. 해질 무렵의 이곳에서는 많은 연인과 가족들이 돗자리를 깔고 맥주 한잔 마시며 낭만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도 한참동안 바르셀로나를 구경하고서 내려가기로 하였다. 알칼데 전망대 맞은편에는 시내로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있어 타고가면 편하다. 석양이 비추는 바르셀로나 시내를 바라보니 가보고 싶은데가 더욱 많아졌고 알면 알수록 재밌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나 런던에 비해 물가도 저렴한데 비해 역사적 문화적 깊이가 절대 뒤쳐지지 않고, 특히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와볼만 한것 같다. 아쉽게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FC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인 캄프누가 공사중이라 방문하지 않기로 하였고 다음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완공되었을때를 기약하기로 하였다. 

 

알칼데 전망대 맞은편 케이블카 탑승
석양이 지는 바르셀로나

 

시내로 도착해서는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스페인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 보아야할 해산물 빠에야를 먹어보기로 하였다. 구글 평점이 좋은 Arume Restaurant 라는 곳을 찾았다. 흥겨운 아저씨 사장님이 맞이해주었고 이미 안쪽 좌석은 예약이 꽉차 바 테이블 형태의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먼저 상그리아와 블랙모히또를 마시기로 하였는데 우리가 무엇을 주문할지 다 아는 눈치였다. 한국인들이 워낙 많이 찾는 곳인 듯 하였다. 식사로는 문어 요리, 해산물 빠에야, 이베리코 스테이크를 주문하였는데 전반적으로 너무 맛있었고 총 78유로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후식으로는 람블라스 거리 근처에 있는 츄러스 가게를 찾았다. 핫초코에 츄러스를 찍어먹는 것이 이곳의 문화인데 너무 달달하고 맛있었다. 다만 츄러스 1개를 주문한다고 1개가 나오는게 아니고 여러개가 나와서 양이 많을 수 있으니 신중히 주문하기를 추천한다. 

 

Arume Restaurant
상그리아, 블랙모히또
해산물 빠에야
이베리코 스테이크
Petritxol Xocoa
츄러스, 핫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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