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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서유럽(영국,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한달 여행(9/13~10/12), #14.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by Jped 2025.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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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에 도착하다

다행히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한 그라나다행 비행기는 정시에 도착하였다. 부엘링 항공을 타고 도착한 그라나다 공항은 아담한 동네 공항 느낌이었고 지금 이 시각에 도착한 비행기는 우리밖에 없었다. 공항에서 그라나다 시내까지는 ALSA 버스를 이용해야하는데 구글에는 10시 40분 출발이라 빠듯하다고 느꼈는데 실제로는 비행기 승객을 다 태우느라 기다려주고 10시 55분에 출발하였다. 비용은 1인 3유로이다. ALSA 버스는 시내로 곧장 이동하였고 우리는 그라나다 대성당이 위치한 사거리에 내렸다. 이곳에서 숙소는 걸어갈 거리이긴 하지만 오르막길이고 짐도 무거워 택시를 불렀는데 볼트는 운행하지 않아 우버를 불러 이동하였다. 

 

그라나다 공항
부엘링 항공
ALSA 버스
그라나다 대성당

 

숙소는 니콜라스 전망대 근처의 Calle Atarazana Vieja 란 곳에서 2박을 묵기로 하였고 에어비엔비를 통해 1박에 206달러에 예약하였다. 숙소에서 알함브라 궁전이 바로 보이는 명당 자리에 위치한 곳이라 인기가 많다. 11시가 넘은 시각에 도착하여 미안했지만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가정집을 개조한 것이라 캐리어가 너무 무겁다면 계단을 오르기 힘들 수 있다. 방과 화장실은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창을 여니 바로 마주하는 알함브라 궁전의 야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옥상 테라스도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한데 이곳은 더욱 좋은 뷰포인트이다. 아침 식사는 마련된 빵과 과일로 자유롭게 먹을 수 있고 커피도 한잔 타서 옥상 테라스에서 먹으면 정말 맛있다. 방 곳곳에 붙어있는 그림은 아주머니가 손수 그리신 거라니 정말 대단하고 정성이 가득한 방이구나 싶었다. 

 

숙소 입구, Calle Atarazana Vieja
창문으로 보이는 알함브라 궁전
옥상 테라스에서 아침 식사

 

나스르 궁전으로 시작된 알함브라 궁전 투어 

10/1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알함브라 궁전을 투어하는 날이다. 유럽 땅에 남은 최고의 아랍 건축물로 꼽히는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의 마지막 아랍 왕조인 나스르 왕국이 남기고 간 뜻밖의 선물이라 불린다. 13세기부터 멸망 직전인 15세기 후반까지 언제 가톨릭 군대가 공격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지어지고 꾸며진 궁전이다. 워낙 거대한 면적의 궁전은 크게 4군데로 나뉜다. 왕궁으로 쓰인 나스르 궁전, 왕궁을 지킨 요새 알카사바, 가톨릭 왕국이 증축한 카를로스 5세 궁전, 별장 헤네랄리페이다. 이 중 나스르 궁전이 가장 인기가 많아 이곳 입장 시간을 정해서 예약하면 좋은데 우리는 12시에 나스르 궁전을 입장하는 일반 입장권을 미리 예매하였고 1인 18유로의 가격이었다.

 

알함브라 궁전 출입구
나스르 궁전 입장
메수아르 방
대사의 방
아라야네스 정원

 

유현준 건축가가 전세계에서 꼭 보아야 할 건축으로 알함브라 궁전을 꼽았던 걸 기억한다. 그만큼 이곳 건축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은 널리 알려져있는데 실제로 가보니 정말 입이 안다물어질 정도였다. 먼저 나스르 궁전은 술탄과 왕실의 가족이 머물며 각료와 외국 사신들을 접견한 곳이다. 손님들이 대기하던 메수아르 방, 술탄의 접견실로 사용된 대사의 방을 차례로 지나면 유명한 아라야네스 정원이 나온다. 물과 건축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너무나 경이로웠고 타지마할이 문득 생각났는데 실제로 그곳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아라야네스 정원을 지나면 술탄의 사적 공간이 시작되는 사자의 정원이 나온다. 먼저 대리석으로 조각한 12개의 사자상과 분수가 반겨주고 여러 화려한 방들로 연결된다. 두 자매의 방은 나스르 궁전의 하이라이트로 햇빛이 별들이 쏟아지는 것처럼 들어오는 방이다. 황제의 방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발코니에서 눈앞에 알바이신 언덕이 펼쳐지는 곳이다.  

 

사자의 정원
두 자매의 방
황제의 방, 발코니에서 알바이신 언덕이 보인다

 

난공불락의 요새, 알카사바

나스르 궁전이 왜 알함브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인지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천국에 온듯한 느낌이 들정도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다음으로는 적으로 부터 알함브라를 지키기 위해 요새로 지어진 알카사바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내내 수많은 나무와 꽃들, 아랍풍의 아름다운 건축들이 즐비하였고 걷는 공간마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걷고 있는 이곳이 2024년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고 마치 그 시대의 왕족들과 함께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화창한 햇빛을 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스르 궁전 나오는 길
알카사바 가는 길
알카사바 정문 앞

 

가파른 능선을 따라 지어진 알카사바는 나스르 왕조가 가톨릭 군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건설한 곳이다. 그만큼 멀리서 보아도 탄탄하고 위용이 느껴질 정도였다. 알카사바 내부는 대부분 집터의 형태로 남아있는데 멀리 높게 솟은 탑의 형태가 분명하게 보였다. 벨라의 탑(Torre de la Vela)이라 불리는 곳인데 알함브라와 그라나다의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명소이다. 직접 올라가 대륙을 바라보니 지평선 끝에서 달려오는 적들의 움직임도 한눈에 들어올 것 같았다. 왜 이곳이 난공불락의 요새라 불리는지 알것 같았다. 이곳을 함락한 이사벨 여왕이 승리의 종을 울린 곳이기도 하여, 이곳을 점령한 1월 2일마다 종을 울리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 집터의 형태로 남아있다
벨라의 탑
벨라의 탑에서 바라본 그라나다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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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의 휴양지, 헤네랄리페

알카사바를 관람하고는 카를로스 5세 궁전으로 이동하였다. 이곳은 이탈리아 양식의 궁전으로 거대한 이슬람 성채 한 가운데 뜬금없는 건물이라는 혹평에 시달리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알함브라 4대 장소 중에 이곳만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나스르 궁전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은 1526년 그라나다로 신혼여행을 온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알함브라 보다 멋진 궁전을 짓고자 이슬람 궁전 일부를 허물고 공사하였다고 한다. 건물만 보면 웅장하고 반듯하게 멋스런 이탈리아 양식을 잘 표현하고 있지만 아라비안 스타일의 알함브라 궁전에는 옥의 티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재는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카를로스 5세 궁전

 

카를로스 5세 궁전을 지나 마지막 장소인 헤네랄리페(Generalife)로 향했다. 나스르 궁전이 왕실 가족이 상주하는 일상의 공간이라면 이곳은 휴양지라고 할 수 있다. 헤네랄리페까지 가는데는 한참을 걸어야 하는데 중간에 성 외곽을 따라 탑들이 위치하고 그 앞 길을 Walk of the Tower라 부르는데 나무와 꽃들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을 지나 헤네랄리페가 가까워지면 무성한 사이프러스 나무숲과 분수가 아름답고 거대한 정원을 이루는데 이곳이 헤네랄리페 가든이다. 내 생에 볼 사이프러스 나무는 이곳에서 다 본 것 같다. 나무들이 반듯하게 잘 가꾸어져 있었고 지나는 길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멀리 나스르 궁전과 알카사바가 보이는 뷰도 정말 멋졌다. 헤네랄리페에 들어가면 또다시 멋진 정원을 마주하는데 나스르 궁전의 아라야네스 정원과 똑닮은 곳이다. 이곳 역시 말이 필요없는 천국같은 곳이었다.

 

멀리 보이는 헤네랄리페
Walk of the Tower
사이프러스 나무숲
헤네랄리페 가든
헤네랄리페 가는 길, 멀리 나스르 궁전이 보인다
헤네랄리페

 

다로 강변길을 따라 누에바 광장으로

알함브라 궁전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여러군데가 있다. 헤네랄리페 가든과 알함브라 성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아랫길로 내려가면 그라나다 시내로 갈 수 있다. 내리막 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알함브라와 알바이신 언덕을 가르는 얇은 물줄기를 따라 다로 강변길로 이어진다. 이곳은 운치 있는 돌다리와 오래된 가옥들로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다양한 종류의 값싼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여 구경하고 가도 좋다. 다로 강변길을 따라 쭉 걸으면 누에바 광장에 도착한다. 이곳은 이름과 달리 그라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으로 여러 소박한 행사들이 열리고 주변에 여유로운 카페 테라스와 식당이 많아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다로 강변길
누에바 광장

 

점심 식사 시간이 지날 정도로 너무 열심히 관광을 했던 것 같다. 누에바 광장에 도착해 바로 식사하기로 하였다. 스페인은 식문화로 타파스(Tapas)가 유명한데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을 일컫는 것이다. 맥주나 와인을 주문하면 무료로 간단한 그날의 음식을 주인 마음껏 주는데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Bar los diamantes 라는 해산물 타파스바에 들렀고 맥주를 시키니 멸치 튀김을 타파스로 제공해주었는데 신선한 경험이었다. 메인 요리로 맛조개와 문어, 조개를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고 배불리 먹었다. 후식으로는 어제밤 들렀던 그라나다 대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Heladería Los Italianos 라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조각조각 잘라서 콘에 담아주는데 정말 맛있었고 반드시 먹어보길 추천한다. 알고보니 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 궁전 만큼이나 유명한 곳이라 한다. 

 

Bar los diamantes
Heladería Los Italianos

 

알함브라 야경과 마무리한 하루

후식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먹으면서 그라나다 시내를 구경했다. 건물 사이에 골목을 지나면 숨어있지만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그라나다 대성당을 볼 수 있다. 원래 이슬람의 예배당인 모스크가 있던 자리를 허물고 지어졌는데 이슬람 왕국을 몰아낸 가톨릭의 위대함을 알려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성당을 지나면 고풍스러운 좁은 골목이 연달아 이어지는데 아랍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은 이슬람 시절부터 비단을 거래해오던 전통 시장으로 아랍풍의 옷과 스카프, 신발, 타일 등 다양하고 화려한 품목이 가득하다. 시내 구경을 마치고는 Bodegas Castañeda 라는 식당을 찾았다. 책에 소개된 타파스 투어 맛집으로 찾아가보았는데 역시나 사장님의 서비스가 훌륭했다. 바로 한국말로 정겹게 맞이해주었고 서비스로 나온 타파스 뿐만 아니라 메인 요리로 시킨 이베리코 스테이크도 정말 맛있었다. 

 

그라나다 대성당
아랍 시장
Bodegas Castañeda
환타와 상그리아, 타파스
이베리코 스테이크

 

식사를 마치고는 소화를 시키며 알바이신으로 향했다. 니콜라스 전망대라고도 불리는데 이곳에 올라 바라보는 알함브라 궁전의 모습이 아름다워 찾는 사람이 정말 많다. 특히나 해질 무렵에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붐벼서 서있을 자리도 없을 정도다. 알함브라를 배경으로 기타치며 노래부르며 흥에 젖은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우리는 숙소를 니콜라스 전망대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곳에 잡아서 숙소에서 일몰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그라나다에는 알함브라 맥주가 시그니처인데 한잔 마시며 알함브라 궁전으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겼다. 어느덧 해는 지고 불켜진 알함브라의 야경이 빛났다. 이곳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한국에서의 힘겹고 바쁜 수많은 나날들이 한번에 잊혀지는 기분이었다. 

 

니콜라스 전망대
숙소 옥상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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