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서유럽(영국,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한달 여행(9/13~10/12), #16. 플라멩고와 투우를 꽃 피운 세비야

by Jped 2025. 1. 21.
728x90

세비야에 도착하다

론다에서 세테닐과 자하라를 거쳐 150km 정도 달려 세비야에 도착하였다. 끝없는 사막을 하염없이 운전하다 저멀리 사람 냄새나는 생기가 넘치는 도시를 마주하게 되었다. 먼저 우리는 숙소에 캐리어를 맡기고 렌트카를 반납하기로 하였다. 반납소가 세비야 산타 후스타역 바로 근처에 있어 찾기 쉬웠고 도심에서 멀지 않아 편했다. 며칠간 스페인의 대자연과 어우러진 아랍풍의 전통 건축 양식을 보다가 이렇게 대도시에 오니 너무 반가웠다. 스페인에서 서남부에 위치한 세비야는 과달키비르 강이 흘러나가 대서양으로 연결되는데, 지리적 요충지인 만큼 대항해 시대에 포르투갈과 경쟁하며 많은 역사적 문화적 유산이 많은 도시이다. 플라멩고를 비롯한 여러 경험을 할 생각에 설렘이 가득하였다.  

 

세비야에 도착하다
세비야 Hertz 반납하는 곳
세비야 산타 후스타역

 

예약한 숙소는 Hotel Macià Sevilla Kubb 란 곳이었고 3박에 50만원 정도의 가격에 예약하였다. 주요 관광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걸어다닐 정도의 거리였고 시설이 깨끗하고 서비스가 좋았다. 옥상 루프탑에는 수영장도 있어 세비야의 작열하는 태양을 맞으며 휴양을 즐길 수도 있다. 며칠간 에어비엔비를 이용하다가 대형 호텔에 오니 찾아오기도 쉽고 짐도 옮기기 좋아 여러모로 편리했다. 

 

Hotel Macià Sevilla Kubb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세비야

저녁 무렵이 되어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스페인 남부의 광역자치주인 안달루시아 지역의 전통 수프인 살모레호로 유명한 Bar Alfalfa 에 가보기로 하였다. 성당이 보이는 산 에스테반(San Esteban) 거리와 필라토스의 집을 지나 식당에 도착하였다. 거리와 건물들이 옛 것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고 미로처럼 펼쳐진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토마토와 마늘 향이 감도는 차가운 살모레호는 입맛에 잘 맞았다. 또한 빵 위에 치즈를 얹고 살모로호를 뿌린 브루스케타 안달루사, 이베리코 스튜를 시켜먹었는데 너무나 입맛에 맞았다. 프랑스나 런던에 비해 스페인 음식은 전반적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고 가격도 저렴해 식도락의 천국이다.

 

산 에스테반(San Esteban) 거리
필라토스의 집
Bar Alfalfa
살모레호, 안달루시아 전통 수프
브루스케타 안달루사(좌), 이베리코 스튜(우)

 

흥이 넘치지만 조금 소란스런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니 해가 졌다. 굵직한 일정을 소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메트로폴 파라솔 야경을 보러 갔다. 주요 관광지와 조금 떨어져 북쪽에 위치한 이 공간은 옛스런 주변 풍경과 달리 확연히 다른 초현대적인 느낌이었다. 2011년 완공과 함께 세비야의 랜드마크로 등극한 메트로폴 파라솔은 이곳의 전통시장 재개발 중 발견한 유적을 전시한 박물관과 전망대, 야외 공원을 합쳐 3400개의 목재를 결합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세비야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 하였다. 계단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길거리 공연을 보며 밤거리의 여흥을 즐기고 있었다.

 

메트로폴 파라솔

 

세비야의 심장이라 불리는 세비야 대성당

10/4 금요일 아침이 밝았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세비야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날이다. 먼저 세비야 대성당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미리 티켓을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좋았을텐데 긴 여행 일정을 준비하느라 세비야 관광지는 입장권을 예약하지 못해 현장 발권하기로 하였다. 세비야 대성당은 살바도르 성당과 히랄다 탑까지 함께 통합 입장권으로 13유로에 구매할 수 있는데, 대성당에서 발권하는 것보다 살바도르 성당에서 구매하는 것이 줄이 짧다하여 그곳으로 먼저 향했다. 거리는 조금 있었지만 바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외관이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곳은 규모는 대성당에 비해 작지만 내부는 스테인드글라스 양식을 비롯하여 무척 화려하다. 어깨와 다리가 드러난 옷차림은 제한되기에 나시와 반바지는 꼭 피할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우리는 나시를 입어 밖에서 겉옷을 사서 입장해야 했다. 

 

살바도르 성당

 

이곳에 오기전에는 세비야 대성당에 대해 알지 못했는데 정말 대단한 곳이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영국의 세인트 폴 대성당과 함께 세계 3대 성당 중 하나로 불릴 정도로 그 규모나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이었다. 이슬람에게 빼앗겼던 세비야를 되찾은 가톨릭 세력은 더 이상 이땅의 주인이 이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만방에 증명하고 싶었는데, 이슬람 사원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성당을 지어 1528년 완공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의 세비야 대성당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콜럼버스의 묘를 마주하게 된다. 다시는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그의 유언에 따라 관을 왕 조각상들이 들고 있는 모습으로 놓여져 있다. 실제 유해는 관속에 없고 성당 지하의 묘지에 있다고 한다. 사제단의 회의 장소인 성직자실은 웅장한 모습으로 판테온을 연상케 했고 거울 셀카를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 예배당은 대성당의 하이라이트로 신대륙에서 가져온 금으로 고딕 양식의 웅장한 제단을 만들었다. 

 

세비야 대성당, 히랄다 탑
콜럼버스의 묘
성직자실
주 예배당

 

세계 최대 규모의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세비야 대성당은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또 하나 이곳의 시그니처 건물은 히랄다 탑이다. 대성당 동쪽에 위치한 히랄다 탑은 아이러니하게 그토록 없애고자 했던 이슬람의 유산이다. 계단이 아닌 비탈길로 설계하여 왕이 말을 타고 올라갈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중간중간 탑 사이에 난 틈으로 보이는 대성당과 세비야의 풍경이 워낙 아름다운데 10분 쯤 오르면 꼭대기에 도착하여 종루를 만나게 된다. 세비야 대성당과 히랄다 탑을 포함하여 구경을 마쳤다면 오렌지 정원으로 이동하게 된다. 60여 그루 이상의 오렌지 나무 사이에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관련하여 기념품샵을 구경하고 퇴장하게 된다. 

 

히랄다 탑 올라가는 길
히랄다 탑 종루
오렌지 정원

 

728x90

 

명문 귀족의 대저택, 필라토스의 집 

세비야 대성당 투어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대성당 동쪽으로 이어진 길가를 따라 걸었는데 좌우로 펼쳐진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였다. 어제 저녁에 이어 타파스 투어를 가기로 하였는데 세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통 타파스바로 유명한 Bodega Santa Cruz 란 곳을 찾았다. 이곳은 대부분의 타파스가 2유로 정도로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는 곳으로 정말 사람이 많아 분주하다. 책에 소개된 메뉴를 보고 꿀을 뿌린 가지 튀김, 호떡 모양의 돼지고기를 넣은 샌드위치 프링가를 주문하였다. 맥주를 시키니 작은 파에야 접시는 무료 타파스로 제공되었다. 두명이서 총 13.7유로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흥이 나는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세비야 대성당 앞 골목
꿀을 뿌린 가지 튀김, 프링가
파에야 타파스

 

타파스 바에서 식사를 마치고는 필라토스의 집을 구경하러 갔다. 숙소에서 관광지를 다닐때 지나가다 화려한 대문을 자주 마주하여 더욱 궁금했던 곳이다. 실제로 들어가보니 정말 화려한 대저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럽의 수도라 불리며 세비야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6세기에 메디나셀리 가문의 저택으로 왕궁에 비견할 만한 곳이라 한다. 1인 12유로의 비용을 내고 입장하였는데 아쉽게도 2층은 개방하지 않고 있었다. 들어가면 거대한 중정 파티오를 중심으로 무데하르 양식의 벽면과 아치 구조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벽면 구석구석도 하나하나 장식되어 있어 놓칠 곳이 없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건물 뒷편의 정원이다. 온갖 아름다운 나무와 꽃들로 가득찬 정원에는 화창한 햇살과 더불어 천국과 같은 공간감을 제공해주었다. 대부호의 삶에 들어가보면 다들 아름다운 자연을 얻고자 했던 욕심이 한결같은 것 같다. 남프랑스에서 구경한 로스차일드 별장이 생각이 났다. 

 

중정 파티오, 중앙에 대리석 분수가 있다
무데하르 양식의 벽면
정원이 정말 아름답다

 

플라멩고와 투우를 꽃 피운 세비야

5시에는 플라멩고 공연을 미리 예약해두었다. 플라멩고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 민요와 무용, 기타 반주 3가지가 일체되어 형성하는 민족예술이다. 비슷한 느낌의 공연을 TV로 종종 보긴 했지만 그 발상지에서 실제 공연을 본다니 너무 설레었다. Museo del Baile Flamenco 라는 공연장을 찾았고 2인 7만5천원의 비용으로 미리 예약하였다. 이곳은 낮에는 소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다가 밤에는 공연장으로 바뀐다. 서정적인 기타 멜로디에 맞춰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나풀거리며 춤을 추고 남자는 탭댄스에 몸을 맡기는 모습이 너무나 정열적이었다. 세비야에서는 공연장 뿐만 아니라 주요 관광지나 공원에서도 길거리 플라멩고 공연을 쉽게 볼 수 있기에 공연 예약을 못했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공연을 보고서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세비야 투우장에 들렀다. 입장료는 1인 10유로이다.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이곳의 역사를 자랑하는 각종 유산들이 찬란했고 광활한 경기장이 인상적이었다. 

 

Museo del Baile Flamenco
플라멩고 공연
세비야 투우장

 

플라멩고 공연과 투우장 관람까지 세비야에서의 알찬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투우장 앞에는 바로 과달키비르 강이 흐르고 있고 강가에는 아름다운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 해질 무렵 석양이 지기 시작하는 이곳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강가에는 바닥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연인과 대화를 나누는 로맨틱한 풍경이 보였다. 강가를 따라 걷다보면 황금의 탑에 도착한다. 과달키비르 강은 과거 신대륙에서 실어온 금과 은을 들이던 금길이었는데 그 상징과 같은 탑이라고 하며 현재는 해양 박물관으로 사용중이다. 

 

 

과달키비르 강
황금의 탑

 

찬란했던 스페인 광장의 밤

어느덧 세비야의 해가 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어제부터 줄곧 타파스 투어만 다니다가 레스토랑에서 편하게 먹기로 하였다. 구글 후기를 보고 세비야 대학 맞은편에 위치한 Restaurante Cristina Bistró 라는 곳을 찾았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뒤로는 트램이 지나가고 세비야 대학과 알카사르 공원 사이에 위치하여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병으로 나온 레드와인에 레몬 슬라이스를 넣어 마시는 Tinto de verano 와 상그리아를 음료로 시켰고 토마토 소스가 얹어진 대구요리와 먹물 빠에야를 시켰다. 온갖 과일이 들어있는 상그리아는 비주얼이나 맛이 정말 일품이었고 대구 요리는 가시가 하나도 없고 크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먹물 빠에야도 고소하고 입맛에 너무 잘 맞았다. 무엇보다 해질녘의 선선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레스토랑이었다. 

 

Restaurante Cristina Bistró
토마토 소스가 얹어진 대구 요리
먹물 빠에야
Tinto de verano, 상그리아

 

멋진 식사를 마치고는 스페인 광장으로 이동했다. 세비야에 오기 전에는 이곳의 존재를 알지 못했는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거대한 공원을 지나 스페인 광장을 정면으로 본 순간 정말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광장 중앙에는 아름다운 분수가 뿜어지고 있었고 밤이라 조명을 받아 시시각각 색이 바뀌어 아름다웠다. 건물 옆으로는 반달 모양의 수로가 광장을 둘러싸고 흘러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에는 수로를 따라 보트를 타기도 한다고 한다. 황금빛 조명과 가로수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은 하나같이 영화 속 장면과 같았다. 실제로 이곳은 신혼부부들이 스냅 사진을 찍으러 많이들 찾고 예전에 김태희가 핸드폰 광고를 찍어서 유명했다고 한다. 세상에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 또있을까 싶었다. 

 

스페인 광장
건물 옆에 흐르는 수로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