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만 구경한 알카사르
10/5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어제는 세비야 대성당을 갔다면 오늘은 알카사르에 가보기로 하였다. 마찬가지로 미리 예약은 하지 못해 현장 발권을 해야했다. 알카사르는 작은 알함브라 궁전이라고 불리는 이슬람 궁전이다. 이슬람 소왕국이던 11세기에 처음 세워졌지만 이후 가톨릭 군주가 집권하면서 더욱 꽃 피운 곳이라 한다. 알카사르는 Murillo Gardens 라는 공원 안에 위치하는데 찾아가는 길이 미로같이 복잡하다. 공원 거리에는 아침부터 플라멩고 공연을 펼치는 음악가들이 흥을 돋구어 주고 있었다. 복잡하고 인파가 많은 거리를 지나 도착한 알카사르는 입장이 불가능했다. 현장발권을 당일 제한적으로 풀어주기도 하는데 그 수량이 워낙 적고 이른 아침에 다 매진된 것이다. 아쉬웠지만 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 궁전을 실컫 본 것으로 대리만족하기로 하였다.
유럽 여행을 앞두고서 중요하고 인기있는 관광지는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할 것을 추천한다. 원래 한국에서 이곳도 예약하고자 하였지만 티켓오픈 시기가 유럽에 이미 넘어와 여행 중일때라 정신없어 놓쳤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Murillo Gardens을 걸으며 밥을 먹으러 갔다. 아르헨티나 스테이크 맛집으로 유명한 VINERIA SAN TELMO 란 곳을 찾았다. 연어와 염소 치즈, 가지, 토마토를 탑처럼 쌓아올린 시그니처 메뉴 라스카시엘로스는 상당히 생소한 맛었다. 하지만 먹물 파스타와 스테이크는 입맛에 맞았고 총 33유로 정도 비용이 들었다.
낮과 밤에 모두 아름다운 스페인 광장
식사를 마치고는 세비야에서 유명한 오렌지 기념품샵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세비야는 따뜻한 기후로 과즙이 풍부하고 맛이 뛰어난 오렌지로 유명한데 관련하여 와인이나 화장품, 젤리와 캔디 등 호기심 가득한 상품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Orange Tree Sevilla 는 오렌지 기념품샵으로 유명한 곳이라하여 찾아 들어갔다. 들어가니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진열된 상품들이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각종 오렌지 화장품, 립밤, 젤리와 캔디 등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이 많다. 우리는 이곳에서 립밤을 잔득 사가서 한국에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로 하였다. 워낙 관광객이 많이 찾아서인지 Tax refund 도 가능하고 직원들도 친절하여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화창하고 상쾌한 세비야의 하늘은 오늘도 아름다웠고 우리는 스페인 광장을 찾아갔다. 어젯밤에 찾은 스페인 광장의 야경은 너무나 찬란하고 눈이 부셨다면 낮의 스페인 광장은 너무나 우아하고 고풍스러웠다. 건물 바로 옆을 흐르는 반달 모양의 수로에는 보트를 타며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도 보였고 조금이라도 멋져보이는 스팟에는 인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중간중간 웨딩사진을 찍으러 온 커플들도 보였다. 관광객이 많지만 규모가 워낙 커서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햇빛을 피하기 위해 건물의 회랑을 따라 걷다가 광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정말 이곳은 카메라 플래쉬가 멈추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대항해 시절의 기록, 인디아스 고문서관
낮에도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아름답던 스페인 광장 구경을 마치고는 다시 세비야 대성당 쪽으로 이동하였다. 관광객과 평화로운 시민들이 몰려 있는 이곳 길거리에는 트램도 지나가고 마차도 지나가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대성당 바로 남쪽에는 인디아스 고문서관이란 곳이 있는데 세비야 대성당, 알카사르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귀한 자료들이 넘쳐난다. 신대륙을 처음 발견한 1492년부터 제국이 쇠퇴하던 19세기까지 8000만 페이지의 기록을 보관하는 스페인 최고 고문서관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무료 입장이 가능하여 들어가보기로 하였다. 대기는 거의 없었고 웅장한 스케일의 서고가 인상적이었다.
세비야 대성당 앞은 언제나 인파가 넘친다. 고풍스럽고 거대한 이 옛 건물 바로 앞으로는 트램이 지나가는데 그 풍경도 이색적이다. 세비야의 트램은 구시가 중심부만 운행하고 1개의 노선으로 짧은 구간을 운행한다. 우리는 세비야 모든 구역을 걸어다니기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트램이나 버스 등 특별한 교통수단을 이용한 적은 없었다. 지나가던 트램을 구경하던 중 우연히 세비야 대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Amorino Gelato 가게를 보고는 지나칠 수 없었다. 아이스크림의 비주얼이 너무나 화려해서 주문하기로 하였는데 키오스크로 여러가지 조합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것저것 추가할 것들을 다해보고 마지막 마카롱까지 얹으니 1만5천원 가격의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었다. 입보다는 눈으로 먹는 값비싼 아이스크림이었다.
세비야에서 캠퍼 신발 쇼핑하기
대성당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누에바 광장과 맞은 편의 시청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신대륙의 발견으로 금과 은이 넘쳐흐르는 시기에 세비야로 몰려든 풍요로움으로 지금껏 최고의 상업 중심지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누에바 광장 한복판에는 13세기 이슬람 세력을 세비야에서 추방한 카톨릭의 영웅 페르난도 3세의 기마상이 서있다. 광장을 지나면 여러 상점 골목이 많아 쇼핑할 곳이 많다. 바르셀로나 뿐만 아니라 세비야도 쇼핑의 천국이었다. 우리는 스페인에서 구매할 버킷리스트였던 Camper 신발을 이곳에서 구매하기로 하였다. C. Tetuán 거리의 캠퍼 매장에 들어갔고 직접 신어보니 너무 편하고 소재가 훌륭하여 무려 4켤레나 구매하였다. Tax refund 도 받으면 한국에 비해 30% 정도는 싸게 사니 가족들것까지 함께 구매하였다.
구매한 캠퍼 신발들을 숙소에 가져다 놓고는 저녁 식사를 먹으러 나왔다. 유럽 여행의 후반부에 다가오니 양식보다는 한식이 자꾸만 땡겼다. 스페인 광장 가는 길에 위치한 Moon 식당이란 곳을 찾았다. 내부에는 자리가 정말 많았는데 평소에는 대기가 있을 정도라니 이곳에서 한식의 인기가 정말 많은 것 같다. 순두부 찌개, 오삼불고기, 떡볶이를 시키고 물까지 총 41.5유로의 비용이 나왔다. 한국에서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한국인이 먹기에도 조금 매워서 이곳사람들은 어떻게 먹을까 신기했다. 식사를 마치고는 소화를 시키기 위해 좀 걸었다. 세비야에서의 마지막 밤구경을 하러 과달키비르 강 근처로 걸었다. 정말 환상적인 야경이었다. Puente de San Telmo 다리와 이사벨 2세 다리에 빛나는 조명과 강 건너의 불빛은 과달키비르 강 수면에 비추었고 낭만적인 뷰를 자아냈다.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은 세비야의 밤거리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많았고 내일 이동을 위해 숙소로 가서 휴식을 취했다.
리스본에 도착하다
1/6 일요일 새벽 동이 텄고 오늘은 세비야에서 리스본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짐 정리를 전날 밤에 미리 마치고 아침 식사는 호텔 조식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화려한 5성급 호텔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식당이었고 웬만한 먹을 것들은 다있었고 1인 15유로의 가격으로 만족스럽게 이용하였다. 세비야 공항까지는 우버를 불러 이동하였고 바로 잡혀서 15분 정도 걸렸다. 10시15분에 출발하는 에어포르투갈 항공을 이용할 예정이었고 2인 37만원에 예약하였다. 포르투갈 국적기 항공이어서 그런지 기내 시설은 만족스러웠다. 버스처럼 2명씩 4열로 앉는 좌석이었는데 넓고 안락하고 쾌적하였다.
2시간이 채 안걸려서 리스본 공항에 도착하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분명 다른 나라지만 크게 다른 느낌은 없었다. 이곳도 여러 인종의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있는 듯했다. 생각보다 리스본 공항은 큰 규모였고 초입부터 호날두의 입간판과 광고는 끊이질 않았다. 가장 먼저 공항 인포메이션에서 리스보아(Lisboa)카드를 구입하였다. 이 카드를 소지하면 지하철과 버스를 포함한 교통편을 무제한 탈 수 있고 유명 관광지에 무료나 할인 받아 입장할 수 있어 필수로 구입해야 하는 카드다. 24, 48, 72시간 단위로 구입할 수 있는데 우리는 48시간 것을 구매하였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피게이라 광장 근처의 Rossio 역까지 이동했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보고 포르투갈에서는 첫 지하철이라 낯설긴 하였지만 분위기가 정말 황량하다. 이상한 사람도 많은 것 같아 불안했지만 짐을 잘 지켜 무사히 도착하였다.
드디어 맛본 에크타르트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지하철을 타고 마침내 Rossio 역에 도착하였고 피게이라 광장을 지나 숙소에 도착하였다. 살벌했던 지하철 풍경과 다르게 지상의 분위기는 평화로웠고 사람사는 냄새가 났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거리에는 마라톤 대회가 한창이었다. 우리가 리스본에서 2박을 묵을 숙소는 The Central House Lisbon Baixa 라는 곳이었다. 게스트 하우스같은 분위기로 여러 종류의 객실이 있었고 우리는 2인실에 머물게 되었다. 2박에 24만원 정도의 비용이었고 후기가 워낙 좋았던 것 만큼 직원도 친절하고 접근성도 훌륭하고 여러모로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숙소에 도착해서 일단 짐만 맡기고 식사를 하러 갔다. 주변에 Panda Cantina 라는 유명한 라멘집이 있어 가보기로 하였다. Beef 와 Pork 라멘이 유명하여 각각 1개씩 시키고 두부 튀김 4개랑 음료까지 총 27유로의 비용이 들었다. 라멘은 돈코츠 라멘보다는 대만 우육면의 맛이 강했고 두부 튀김은 정말 맛있었다. 인기가 워낙 많아 웨이팅이 조금 있었고 바 형태로 나란히 앉아서 식사하는 구조였다. 식사를 마치고는 드디어 고대하던 에그타르트를 맛보러 가기로 하였다. 포르투갈은 에그타르트의 원조로 여행을 오기전부터 이곳에서 먹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Manteigaria - Pastéis de Nata Factory 라는 유명 지점을 찾았고 갓 만든 에그타르트를 먹었는데 정말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씁쓸한 에스프레소 한잔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궁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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