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우뚝 솓은 벨렝탑
리스본은 둘러볼 곳이 크게 2군데로 나뉜다. 구도심을 중심으로 리스본 대성당, 상조르즈 성, 산타루치아 전망대 등을 걸어다녀볼 수 있고 타구스 강변을 따라 트램을 타고 떠나면 벨렝탑과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있는 벨렘 지구를 다녀볼 수 있다. 리스본 첫날인 오늘은 우선 거리가 있는 벨렘 지구로 먼저 떠나기로 하였다. 구글 지도에서는 숙소 앞 피게이라 광장의 트램 정거장에서 출발하면 된다고 안내가 되었는데 30분이 넘도록 기다려도 트램은 오지 않았다. 뭔가 이상이 생긴듯하여 지하철을 타고 타구스 강변에서 다시 트램으로 갈아타 벨렘 지구로 떠났다. 가끔 구글 교통정보도 오류가 있을 경우가 많아 100% 신뢰할 수는 없다. 리스보아 카드는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부담이 없었다.
트램을 타고 타구스 강변을 따라 설렘을 안고 벨렘 지구로 떠났다. 벨렘 지구에서 가장 먼저 간 곳은 벨렝탑이다. 이 탑은 대항해시대 때 포르투갈의 탐험가로 유럽인 최초로 유럽-인도 직항로를 발견한 바스코 다 가마의 위대한 발견을 기념하여 세워진 것이라 한다. 완전히 육지가 아닌 타구스 강변에 세워진 이 탑은 파도가 몰려올 때마다 물 위에 우뚝 솓은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바람이 무척이나 불었는데 그 옛날 이런 풍파를 이기고 이런 건축을 올렸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리스보아 카드가 있다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고 30분 정도 웨이팅하여 다리를 건너 탑에 들어갔다. 탑 내부에서도 계단을 타고 올라가 멀리 타구스 강을 비롯해 대서양까지 감시할 수 있는 뷰가 펼쳐졌다. 탑의 1층에는 대포가 놓여 있어 적을 방어하기 위한 공간으로도 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발견기념비
벨렝탑을 구경하고는 트램을 타고 이동하여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갔다. 벨렝탑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이곳은 1502년에 건설되어 포르투갈 예술의 백미라 꼽힌다. 아쉽지만 이곳은 외관만 보고 입장하지는 못하였다. 구글에 영업시간이 오후 6시까지라고 되어있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5시가 조금 넘어서 입장은 이미 마감한 상태였다. 구글 시간에 맞춰 찾아온 관광객이 많았는데 직원들은 구글 소개와 실제가 다를 수 있다고 원칙적인 답변만 남기고 참 아쉬운 대응이었다. 포르투갈 왕 마누엘 1세 통치기에 행해진 건축양식인 마누엘 양식으로 지어진 수도원의 아름다운 외관만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남쪽으로는 발견기념비가 위풍당당하게 세워져 있다. 대항해시대를 기념하기 위해 타구스 강변에 1940년에 세워진 건축으로 높이가 52m에 달한다. 이곳도 리스보아 카드가 있다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광활한 뷰가 펼쳐진다. 붉은 빛 지붕으로 뒤덮인 리스본과 항구를 비롯하여 멀리 4월 25일 다리가 펼쳐진다. 1966년에 완공된 다리는 리스본과 남쪽의 알마다 지역을 잇는 현수교인데 1974년 4월 25일 독재 정권에 대항하여 일어난 혁명을 기념하여 이름붙여졌다. 발견기념비와 제로니무스 수도원 사이에는 넓은 정원과 위엄있는 분수대가 위용을 자랑하는데 프라사 두 임페리우(제국광장)이란 곳이다. 구경을 마치고는 이곳에서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파스테이스 드 벨렝을 찾았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이곳에서 먹는 자리는 웨이팅이 너무 길었고 포장하여 돌아왔다.
리스본의 야경뷰 포인트,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
구도심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이다. 리스본에 도착하면 높이 솟은 이 건축물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높은 언덕으로 이루어진 도심의 상부와 하부를 연결해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든 엘리베이터이다. 에펠탑을 만든 구스타프 에펠의 수제자 '메디에르 드 퐁사르' 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래서 그런지 철제로 만들어진 외관은 에펠탑을 계속 떠올리게 한다. 1902년 첫 가동하여 지금까지 100년이 넘게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리스보아 카드가 있다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고풍스런 목재 소재로 이뤄진 엘리베이터 내부는 그 역사를 가늠케 한다. 꼭대기에 도착하면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의 뷰가 정말 아름답다. 그리 높지않은 건물로 이뤄진 리스본 구도심의 건물들이 한데 보이는데 모두 붉은 지붕으로 로 예쁘게 보인다. 내려올 때는 언덕을 타고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골목 구석구석 아름다운 스팟들을 구경할 수 있다.
밤의 리스본은 포르투갈의 수도답게 여전히 화려하고 사람들로 넘쳐났다. 길가다 우연히 놀이동산처럼 화려한 상점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The Fantastic World Of Portuguese Sardines 란 곳이었다. 수많은 해산물이 유통되는 리스본에서는 통조림으로 보관하여 판매하는데 정어리캔 전문점이 많다.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으로 통조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예쁜 상품들이 정말 많이 진열되어 있다. 직원들도 각나라 언어로 된 팜플렛을 안내해주며 친절하게 응대해준다. 내부 인테리어가 동화속처럼 너무 예뻐 구매하지 않더라도 꼭 한번 방문하길 추천한다. 저녁으로는 유명하다는 해물밥을 먹기 위해 O castico restaurant 라는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자리가 꽉차서 사장님이 같은 요리사가 운영한다는 체인점으로 Taverna alfacinha 으로 안내해주어 갔다. 한국인 후기가 워낙 좋던 해물밥은 된장 술밥 맛으로 입맛에 잘 맞았고 함께 시킨 크림 대구요리도 부드럽고 맛있었다. 서비스로 리스본 특산품인 체리 와인도 제공해주어 맛나게 먹었다.
사진으로 꼭 남겨야 할 리스본 푸니쿨라
10/7 리스본에서 두번째날이 밝았다. 흐린 날씨의 어제와 달리 반갑게도 오늘은 화창한 하늘이 반겨주었고 구도심을 차례로 둘러보는 날이다. 먼저 카르모 수녀원을 찾았다. 수녀원 입구 앞 광장에는 현재는 쓰이지 않는 카르무 분수대가 있는데 1775년 리스본 대지진에도 살아남았고 1974년 혁명의 중심이 된 장소라고 한다. 카르모 수녀원은 리스보아 카드가 있으면 1인 5유로의 비용으로 할인받아 입장할 수 있다. 들어가면 지붕이 없고 고딕 양식의 기둥과 아치의 흔적들만 있는데 1755년 대지진 때 파괴된 것이라 한다. 내부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고 한켠에는 지진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동영상이 틀어져있다. 수녀원 관람을 끝내고는 만남의 장소라 불리는 카몽이스 광장을 지나 언덕 푸니쿨라가 도착하는 Elevador da BICA 정거장에 도착하였다. 비탈진 언덕을 다니는 노란색의 고풍스런 푸니쿨라와 골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많다. 마치 동화속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푸니쿨라는 마찬가지로 리스보아 카드를 소지하면 무료이며 이를 타고 언덕 아래쪽 정거장까지 이동하였다.
푸니쿨라를 타고 내린 정거장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유명한 리스본 타임아웃마켓이 보인다. 이곳은 다양한 음식과 주류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푸드코트 개념으로 리스본 식문화의 중심이 된 곳이다. 내부에는 맛난 것들이 많았지만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너무 많아 구경만 하고 나왔다. 다시 타구스 강을 따라 연결된 트램을 타고 아우구스타 스트리트 아치까지 이동하였다. 이곳은 조각상이 있는 화려한 18세기 개선문으로 안으로 들어가 꼭대기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리스본 도심과 아래로 코메르시우 광장, 타구스 강까지 모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역시 리스보아 카드 소지자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눈부신 전망이 펼쳐지는 알파마 지구
코메르시우 광장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서는 알파마 지구로 이동하였다. 알파마 지구는 타구스 강 연안에 위치하여 리스본이 발전하기 시작한 최초의 땅으로 1755년 대지진에도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다. 마찬가지로 언덕 오르막길로 이어져 트램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지만 사람이 워낙 많아 걸어가기로 하였다. 먼저 리스본 대성당으로 향했다. 이곳은 리스본을 대표하는 성당으로 12세기 이슬람으로부터 국토를 회복하고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리스보아 카드가 있다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데 안쪽의 회랑을 보려면 리스보아 카드를 소지할 시에 1인 4유로의 비용이 든다. 비용을 지불하고 구경하였는데 리스본의 역사를 간직한 각종 보석들이 찬란했고 2층의 스테인드글라스 양식이 아름다웠다.
타로스 강을 마주하고 있는 알파마 지구의 언덕에는 내로라하는 전망대가 많다. 리스본 대성당에서 조금 올라가면 산타루치아 전망대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벽과 기둥이 포르투갈의 전통 도자기 타일인 파란색 아줄레주로 꾸며져 있어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맞은 편의 Praça Júlio de Castilho 공원에도 아줄레주로 꾸며져있어 아름다운 벽화와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평화로운 이곳에서는 악기와 노래를 연주하는 사람도 많아 흥을 더욱 돋구어 준다. 산타루치아 전망대 바로 옆에는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빨간 지붕으로 덮인 알파마 지구의 집들이 한눈에 들어와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 너무 아름다운 이곳에서 우리는 Bar Terraço de Santa Luzia 라는 바에 잠시 들러 샴페인 한잔하며 분위기에 취했다. 언덕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그라사 전망대를 마주하게 된다. 가장 높은 전망대로 리스본 전역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로맨틱한 곳으로 다만 올라오기까지 체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리스본 일몰 최고의 장소, 상조르즈성
그라사 전망대까지 알파마 지구의 전망대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어느덧 늦은 오후가 되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우리는 상조르즈성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리스본의 심장과 같은 이곳은 5세기경에 로마인들이 구축하여 9세기에는 이슬람교도들이 축성한 곳이다. 이후로 국토 회복에 성공한 포르투갈의 역대 왕들이 군사적 정치적 요새로 이용한 곳이다. 이곳도 비극적인 1755년 대지진으로 파괴되었다가 1938년 복구되었는데, 성 자체의 매력보다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리스본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더욱 유명한 곳이다. 거대한 규모의 상조르즈성은 매표후 입장한 뒤에 성벽을 따라 펼쳐진 넓은 공터를 따라 구경할 곳이 많다. 리스보아 카드 소지자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성 내부에는 또다시 성문이 있어 들어가 본격적인 상조르즈성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해질녁의 리스본의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꼭 해질녁에 일몰을 여기서 보기를 추천한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몰을 상조르즈성에서 맞이한 후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Paladarium 이라는 후기가 좋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리스본의 마지막 날 밤이라고 생각하니 식욕이 올랐고 대구구이, 문어구이, 감바스, 해물밥, 논알콜 모히또, 맥주 등 먹고 싶은 것들을 맘놓고 시켰고 총 90유로의 비용이 들었다. 다른 서유럽 국가보다는 저렴한 물가에 음식도 입맛에 맞고 분위기도 워낙 좋아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해물밥은 입맛에 맞고 속이 편해 계속 찾게 되었다. 그렇게 만족스런 리스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다음날 포르투로 떠날 준비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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