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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영국,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한달 여행(9/13~10/12), #15. 스페인 남부 투어: 론다, 세테닐, 자하라

by Jped 2025.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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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에 도착하다

10/2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렌트카를 빌려 출발해 론다로 이동하는 날이다. 그라나다역에서 오전 9시에 엔터프라이즈 렌트카를 빌려서 다음날 저녁에 세비야에서 반납할 계획이었는데, 막상 업체에 찾아가니 예약한 차가 입고되지 않아 없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황당하였지만 급한데로 옆에있는 Hertz 렌트카에서 차를 빌려 출발하기로 하였다. 2일에 80만원 가까운 비용으로 볼보 SUV 를 빌렸는데 둘이 타기에 좀 크긴 했지만 여러모로 만족했다. 그라나다에서 론다로 가는 길은 200km 정도의 거리인데 스페인 남부의 사막지대를 가로질러 뻥 뚫려 있는 길을 따라 달리기만 하면되어서 운전이 어렵지가 않다. Waze 어플에 론다의 Parking Plaza Del Socorro 란 주차장을 입력하고 달렸다. 도착한 주차장은 론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 번잡한 곳인데 주차만 잘하면 숙소까지 가까워 편리한 곳이다. 

 

볼보 렌트카
론다로 가면서

 

우리는 론다에서 1박 하기로 하였고 예약한 곳은 C. Rosario, 1 주소에 위치한 곳으로 1박에 16만원의 가격을 주고 예약하였다. 론다의 상징인 누에보 다리가 숙소 발코니에서 보이는 아주 인기있는 숙소라 거의 1년 전에 예약하였다. 뷰가 너무 좋은 곳이라 아래층에는 레스토랑이 운영하여 장사가 잘된다. 숙소는 거실과 방, 화장실이 다 구분되어 있고 웬만한 가정집 느낌으로 넓직한 곳이었다. 무엇보다도 숙소 발코니에서 바라본 누에보 다리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시내나 식당 등 근처 둘러볼 곳에 가까워 편리한 곳이었다. 우리 숙소 맞은편에는 론다 파라도르라는 4성급 호텔이 있는데 꽤나 규모있고 시설이 좋기로 유명하여 그곳을 예약하여 1박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론다 숙소 입구
누에보 다리에서 바라본 숙소
숙소 발코니에서

 

론다의 명물 소꼬리 찜, 라보 데 토로

숙소에 짐을 풀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서는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론다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봐야할 음식이 있는데 바로 소꼬리 찜, 라보 데 토로(Rabo de Toro)이다. 론다에는 유명한 투우장이 있는데 투우 경기를 뛰는 소들은 죽기 전까지 투우장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싸움에서 죽은 소는 인근 고깃집과 레스토랑으로 팔려나가고 식당에는 이를 맛보기 위한 손님으로 북적이는데, 특히 소꼬리를 푹 삶아서 요리한 라보 데 토로는 이 지역의 향토 음식이다. 한국인이 찾는 유명 맛집으로는 푸에르타 그란데가 유명한데 이곳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리가 없었다. 차선으로 Las Maravillas라는 식당을 찾아 소꼬리 찜과 해산물 파에야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소꼬리 요리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 있었는데 먹어보니 보통의 소갈비찜 느낌으로 한국인들이 좋아할 맛이었다. 

 

푸에르타 그란데
소꼬리 찜
해산물 빠에야

 

론다의 첫 식사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고는 본격적으로 누에보 다리 근처를 구경하기로 하였다. 론다에는 누에보 다리를 구경할 좋은 전망 포인트가 여러군데 있는데, 그중에서도 레이 모로의 저택(Casa del Rey Moro)을 먼저 찾았다. 구시가지에서 동쪽 언덕으로 좀 내려가면 저택의 입구를 마주하는데 1인 10유로의 비용을 주고 입장할 수 있다. 다소 과한 요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에보 다리가 놓여진 타호 협곡(Tajo Canyon)의 바닥을 흐르는 물길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이라 특별하다. 입장하면 장엄하게 펼쳐진 타호 협곡과 풍경들이 먼저 반겨주는데 고생은 다음부터 시작이다. 협곡의 밑바닥까지 동굴같은 터널로 연결되어 있는데 수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결국에는 협곡의 바닥에 흐르는 초록빛 물길에 마주하는데 파동하나 없이 고요하다. 요정들이 날아다닐 것 같은 신기한 공간이 펼쳐진다. 

 

레이 모로의 저택
타호 협곡
동굴 같은 계단길을 내려간다
누에보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길

 

론다 최고의 명소, 누에보 다리

론다 뿐 아니라 스페인 최고의 명소 중 하나로 뽑히는 누에보 다리는 그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 레이 모로의 저택을 다녀오고서는 다시 서쪽으로 이동하여 누에보다리 전망대(Mirador Puente Nuevo de Ronda)로 이동했다. 구시가지를 따라 조금 걷다가 Plaza de María Auxiliadora 라는 정원이 있는 작은 광장에서 연결된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된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정면으로 장엄한 누에보 다리의 모습과 서쪽으로 아슬아슬한 절벽과 영화같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누에보 다리가 건설되기 이전에도 1735년에 론다의 구도심과 신도심을 연결하는 다리가 만들어졌는데 부실 공사로 무너져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협곡 상류에 지금의 누에보 다리를 튼튼하게 다시 건설하였고 '새로운 다리'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3층 구조의 아치 형태로 지어진 이 다리는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전하고도 아름다운 론다의 시그니처가 되었다고 한다. 

 

Plaza de María Auxiliadora
서쪽에서 바라본 풍경
전망대 내려가는 길
누에보 다리
서쪽 지대를 배경으로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 속의 판타지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었지만 누에보 다리와 주변 풍경은 더욱 그러했다. 이렇게 거대한 다리를 그 옛날에 지었다는것이 바로 앞에서 보고있어도 믿기지가 않았다. 누에보 다리를 실컷 구경하고는 다시 신도심으로 넘어가기 위해 누에보 다리를 건넜다. 스페인에서 투우의 인기가 절정으로 치닫게 된 계기는 론다 투우장에서 프란시스코 로메로라는 사람이 즉흥적으로 망토로 소와 맞선 이후라고 한다. 그러한 스토리로 유명한 론다 투우장은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개방되지 않아 못들어갔다. 투우장 앞 광장에 늠름한 황소 동상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누에보 다리 건너는 길
론다 투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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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 후에 더욱 빛나는 누에보 다리

어느덧 해가 지고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론다는 낮에는 관광하러 온 사람들로 붐비지만 밤에는 생각보다 조용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숙박하며 여행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당일치기 여행자가 많은 듯 하였다. 그러나 누에보 다리 근처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타호 협곡을 두고 우리의 숙소 맞은편 자리의 전망대로 이동하니 너무나 멋있는 야경이 또한번 펼쳐졌다. 협곡 주위 건물 아래에서는 대형 전광판을 통해 황금빛 불빛을 누에보 다리로 쏴주는데 빛을 받고 찬란해진 다리가 너무나 멋있었다. 밤이 더욱 깊어질 수록 황금빛은 더욱 짙어졌고 마치 골든게이트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이 펼쳐졌다. 누에보 다리를 건너 신도심의 첫입구에서 마주하게 되는 스페인 광장도 빛을 받아 멋진 야경을 선사해 주었다. 

 

누에보 다리
스페인 광장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숙소 근처 레스토랑이 문이 닫은 곳이 많아 다시 누에보 다리를 건너 구도심쪽으로 걸었고 구글 후기가 좋던 Restaurante Las Tablas 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해가 진 구도심은 더욱 조용하고 한산한 시골 풍경이었다. 어두운 골목에 홀로 빛나던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행히 좌석이 여유가 있었다. 진열된 와인이 종류별로 많았고 간단하게 해물 감바스와 크로켓을 시켰다. 크로켓도 맛있었지만 해물 감바스가 정말 일품이었다. 빵과 함께 먹으니 간이 딱 떨어졌고 외국 음식이 이렇게 입맛에 맞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와인과 정말 최고의 궁합이었다. 사장님도 워낙 친절하셨고 나중에 확인한 영수증 내역도 너무나 유쾌했다. 웃음과 친절함으로 0.01 유로씩 할인받아 즐거운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Restaurante Las Tablas
크로켓
해물 감바스
와인이 종류별로 많다
센스있는 영수증

 

동굴 마을로 유명한 소도시, 세테닐

누에보 다리를 배경으로 론다에서 멋진 밤을 보내고서 10/3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론다를 떠나 근처 소도시를 구경하고서 세비야로 가는 날이다. 스페인 남부는 이슬람 문화권과 얽혀 있어 복잡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도시가 많다. 론다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세테닐(Setenil)이라는 곳은 하얀색으로 칠해진 집들의 풍경과 동굴 속에 지어진 독특한 집들의 풍경으로 유명하다.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최근에 텐트 밖은 유럽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좋다는 후기가 많아 렌트카를 끌고 찾아가보기로 하였다. Parking Los Caños 이란 주차장을 네비에 찍고 도착하였는데 다른 도시에 비해 주차장이 여유로워 편리했다. 주차하고서는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면 1~2시간이면 충분하다. 조금만 걷다보면 집들이 온통 하얀색으로 꾸며진 하얀 마을이 펼쳐지는데 파란 하늘과 대조되어 너무나 아름답다. 

 

세테닐, 하얀 마을이 아름답다
SETENIL


여유롭게 한적하고 공기좋은 세테닐의 언덕 길을 걷는 것은 무척 기분좋은 일이었다. 걷다보면 사람들이 몰리는 중심지가 보이는데 그곳이 동굴 마을의 초입구이다. 언덕과 산으로 구비진 세테닐은 중간중간 암벽이 돌출되어 있다. 암벽의 아래 움푹 들어간 공간에 건물을 지어놓은 광경이 이색적이다. 살다가 이런 동굴 마을에 와볼줄이야 정말 색다른 풍경이었다. 레스토랑과 카페가 쭉 나열되어 있는데 식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이곳도 과거 이슬람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관련된 상점이 많다. 상점에 들어가보면 내벽이 동굴벽과 접해있는데 이것 또한 굉장히 재밌고 신기한 모습이었다. 

 

세테닐 동굴 마을
상점 내벽이 동굴로 되어있다

 

숨은 보석같은 전망의 소도시, 자하라

세테닐의 신기한 동굴 마을 구경을 마치고는 다음 도시로 떠났다. 세테닐에서 40km 정도 떨어진 자하라(Zahara)라는 곳인데 세비야로 가는 중간에 있어 들르기 편했다. 내리쬐는 태양볕을 맞으며 시원하게 달렸고 사막과 산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기가막혔다. 드디어 자하라에 가까워졌는데 생각지도 못한 호수를 발견했다. 마침 전망대가 있어 차를 잠시 세우고 구경했다. 푸른 호수와 뭉개 구름, 햇빛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이 아름다운 자연앞에 우리 말고는 그 어떤 사람도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알고보니 이곳은 Zahara-El Gastor 저수지로 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라고 한다. 호수를 지나면 멀리 하얀빛깔로 가득한 자하라 마을이 보인다. 마을 초입구에는 Zahara de la Sierra 전망대가 있는데 무료로 주차할 수 있고 하얀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찍기 좋다. 차를 타고 마을로 꼭대기까지 들어가 볼수는 있지만 길이 워낙 비좁고 험해 추천하지는 않는다.

 

Zahara-El Gastor 저수지
Zahara-El Gastor 저수지 전망대에서
Zahara de la Sierra 전망대에서 본 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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