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턴역에서 옥스퍼드역으로
9/17 오늘은 런던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는 날이다. 그동안 런던에서 가장 해보고 싶던 토트넘 경기 관람을 비롯하여 도심 곳곳을 충분히 관광했고 오늘은 옥스퍼드로 당일 치기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옥스퍼드로 가기 위해서는 패딩턴역에서 GWR이라는 기차를 타고 다녀와야 하는데 혹시 몰라 런던에 온 첫 날 왕복 티켓을 구매하였고 2인 52파운드의 비용이 들었다. 옥스퍼드 대학은 최근에 배우 차인표씨가 집필한 책이 옥스퍼드에서 교과서로 쓰이면서 강연을 다녀오신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너무나 평화롭고 고고한 느낌이 들어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오전 8시22분 출발하여 옥스퍼드에 9시19분 도착하는 GWR 열차를 탈 예정이었다. 서둘러 준비하여 아침을 먹지 못해서 역사에 있는 코스타(Costa) 커피에서 빵과 커피를 먹기로 하였다. 코스타 커피는 영국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로 영국판 스타벅스와 같은 곳이다. 2019년 코카콜라에서 인수해 전 세계 3000곳이 넘는 매장이 있다고 한다. 부드러운 크리미한 거품이 일품인 flat white 커피 한 잔과 크로아상을 먹으니 런더너가 된 기분이었다. 생각과 달리 평일이라 그런지 GWR 기차 내부는 자리가 텅텅비어서 편하게 갔고 날씨도 화창하여 최고의 출발이었다.
옥스포드에 도착하다
옥스퍼드는 시 전체가 오래된 대학 건물로 가득한 영국의 전통적인 대학 도시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무려 39개의 칼리지(College)가 도시 곳곳을 메우고 있고 전세계의 석학들이 모여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곳이다. 기차를 타고 옥스퍼드역에 도착하면 버스를 타서 도시 곳곳을 다닐 수 있으며 시간의 여유가 되면 천천히 걸어다닐 수도 있다.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는 가장 규모가 큰 칼리지인데 학교 안의 대성당과 해리 포터의 촬영지로 유명한 Great Hall로 유명하다. 이곳이 인기라서 가장 먼저 방문하기로 하였다. 중세 시대의 고고함을 풍기는 크라이스트 처치 건물은 웅장했고 그 앞의 정원과 목장은 평활하였다. 입장 전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할 수 있는데 한국어도 지원이 가능해서 유용하였다.
크라이스트 처치 바로 맞은 편에는 앨리스 가게(Alice's Shop)이란 곳이 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와 앨리스를 활용하여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정말 작은 상점이지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물품들이 가득하였다. 실제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집필한 분이 옥스퍼드 교수님이라 한다. 10시반에 오픈하여 들어가면 한 알바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관리를 한다. 워낙 물품들이 작고 부숴지기 쉬운 것들이 많아 구경하다 훼손할까 조심조심하였다.
해리포터 연회장으로 유명한 그레이트 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크라이스트 처치를 관람하니 매우 유용했다. 지나는 스팟마다 숫자가 명시되어 있어 가이드에서 숫자를 누르면 한국어 설명을 바로 들을 수 있다. 대학 건물 입구를 지나 마주한 웅장한 계단을 오르면 바로 연회장, 그레이트 홀(Great Hall)에 들어갈 수 있다. 영화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 학생들이 모두 모여 식사하던 신비롭던 그 장소를 보게 되어 설레었다. 벽면에는 이 대학의 유구한 역사를 함께 했던 교수님들의 초상화가 가득하였고 많은 테이블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현재도 실제 이곳의 학생들이 식사하는 곳으로 활용되어서 점심시간에는 입장이 금지된다고 한다. 문득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의 학생들이 너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오래된 옛 건물과 그 흔적들로 가득한 이곳을 돌아다니는 내내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대학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고 정말 이곳이 현실판 호그와트라 느껴졌다. 킹스크로스역의 9와 3/4 승강장부터 시작하여 해리포터의 문화는 영국 여행 내내 얽히고 설켜있었다. 그레이트 홀에서 정방향으로 나오면 푸른 잔디가 펼쳐진 톰 광장을 마주할 수 있었고 따사로운 햇살은 평화로움을 더해주었다. 톰 광장을 지나 연결된 대성당은 성스러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었다. 평화롭고 재밌는 크라이스트 처치는 구석구석 돌아볼 곳이 많았고 인기가 많아 꼭 사전에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커버드 마켓에서의 점심 식사
옥스퍼드에서 유명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커버드 마켓(Covered Market)이다. 이름처럼 지붕으로 덮인 마켓을 뜻하는데 지붕이 있어 궂은 날씨와 상관없이 각종 먹거리를 즐기고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곳이다. 먼저 SNS에서 유명한 벤스쿠키에 들려 화이트초콜렛을 하나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초코칩 과자처럼 생겼는데 즉석에서 만들어서 그런지 안에 있는 초콜렛이 부드러워 일품이었다. 이것저것 먹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돈부리 가게에 들렀는데 면요리와 불고기 덮밥 비슷한 걸 먹었는데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나폴리 피자 스타일로 즉석 화덕피자 가게가 있어 맥주와 함께 먹었고 배가 불러 졸음이 쏟아질 것 같았다.
커버드 마켓에서 이것저것 먹으며 배을 채우고 근처를 걸어다니며 소화시켰다. 햇살은 여전히 눈부시게 밝았고 도심의 사람들은 다들 평화로워 보였다. 런닝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는데 이렇게 평화롭고 학구적인 도시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너무 부럽고 멋있어 보였다. 중간에 하천이 흐르는 곳에 나무 배가 나열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펀팅(Punting)이라고 해서 긴 막대기로 강바닥을 짚어 배를 타고 다니는 것을 말한다. 얕은 하천에서 평화로운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학생들이나 주민, 관광객들이 옥스퍼드의 명소들을 감상하며 강을 돈다고 한다.
평화롭던 옥스퍼드 대학 식물원
커버드마켓에서 배불리 먹고 옥스퍼드를 돌아다니는데 졸리기도하고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근데 정말 아무리 찾아봐도 공용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고 식당이나 카페를 다시 이용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옥스퍼드 대학 식물원 입구를 마주했고 직원에게 화장실이 있는 것을 확인후 바로 입장했다. 직원도 웃으면서 우리는 lucky한 것이라고 이곳에 화장실 찾기가 정말 어렵다고 공감했다. 입장료는 2인 한화 2만6천원의 적지 않은 비용이었지만 막상 들어가니 정말 낙원이 따로 없었다. 작은 하천을 따라 이어진 식물원에는 각종 나무, 꽃 등 여러 식물들이 가득했고 출입이 제한 되는 곳이라 그런지 깨끗하고 한적했다.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잠시 낮잠도 자고 휴식을 취했는데 정말 꿀잠이었다.
식물원에서 화장실도 가고 잠도 자고 풀 충전을 하고 다시 옥스퍼드 탐방을 시작했다. 먼저 방문한 옥스퍼드 성모 마리아 교회는 무려 1280년에 지어졌는데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옥스퍼드에서 훌륭한 전망을 제공하는 곳이라 한다. 올라가보지는 않았고 함께 위치한 Vaults & Garden 이라는 음식점에서 커피 한 모금 마셨다. 뒤로는 래드클리프 카메라라는 돔 형태의 도서관이 마주하고 있는데 원형 건축이라는 점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몰두하며 래드클리프 카메라의 모습을 그리는 화가의 모습도 보였다. 탄식의 다리는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표를 받고 지나면서 탄식의 한숨을 쉬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데 베네치아의 탄식의 다리가 생각이 났다. 학생들의 학위수여식 등의 행사가 열리는 셸도니안 극장, 파란 건물이 인상적이던 블랙웰 서점도 인상적이었다.
런던의 마지막 밤을 스카이 가든에서
옥스퍼드 탐방을 마치고 다시 GWR 을 타고 패딩턴역을 거쳐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에 옥스퍼드로 떠나는 열차와 다르게 돌아오는 것은 사람도 너무 많고 지연되어 예상보다 1시간 넘게 도착하여 숙소에 도착하니 해가 저물어 있었다. 오늘밤은 런더너들에게 가장 핫한 전망대로 유명한 스카이 가든에서 피날레를 보낼 계획이었다. 워낙 인기가 많아 미리 9시15분 타임으로 예약을 해두었고 숙소해서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동했다. 외관이 워키토키를 닯았다고 해서 워키토키 빌딩으로 불리는 펜처치 스트리트 빌딩은 더 샤드 빌딩과 템스강을 사이에 두고 현대적 위용을 자랑하며 경쟁하는 곳이다. 워키토키 빌딩의 35, 36층은 전망대로 개방되어 탁 트인 공간을 제공하는데 이곳을 스카이 가든이라 부른다.
야심한 시각 숙소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워키토키 빌딩 입구에 도착했다. 포스있어 보이는 남성들이 신원을 확인하고 소지품 검사를 완료하고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카이가든에 곧장 이동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펼쳐진 탁트인 공간과 저멀리 템스강, 더 샤드 빌딩은 너무나 황홀한 뷰를 자아내 주었다. 오늘 낮에 옥스퍼드를 구경하며 옛 영국의 시간을 탐험했다면 지금은 런던의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예약된 자리에 착석하여 Smoked Salmon, Tropicana crush 칵테일, 하이테켄 맥주를 마시며 런던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4박5일 간의 알찬 런던의 일정이 행복했고 한편으로는 후련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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