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는 곳, 생트 샤펠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파리 투어를 다시 시작하였다. 옛 왕궁으로 쓰였던 루브르 박물관은 정면의 피라미드 구조물을 지나면 카루젤 개선문과 꺄후셀 가든을 마주한다. 다음으로 뛸르히 가든, 콩코르드 광장으로 이어져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그 유명한 에투알 개선문으로 이어진다. 해질녘 파리 루브르 근처에서는 수많은 파리지앵들이 돗자리를 깔고 담소를 나누고 책을 읽는 등 저마다의 여유를 느끼고 있었다. 오후 6시에 예약한 생트 샤펠로 향해 이동하였고 센 강을 따라 동쪽으로 걸었다. 센 강을 따라 유구한 역사를 지닌 건축들이 아름다웠고 다리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흐 다리(Pont de Arts), 뇌프 다리(Pont Neuf), 생 미셸 다리(Pnt Saint-Michel) 등을 지나고 바라보며 황홀한 순간들이 함께했다.
생 미셸 다리를 건너 생트 샤펠에 도착하였다. 생트 샤펠은 뮤지엄 패스로 무료 입장이 가능한데 반드시 예약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6PM 거의 마지막 시간에 예약하여 도착한 우리 앞으로는 예약표를 구하지 못하여 입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1248년에 완공된 생트 샤펠(Sainte-Chapelle)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센 강 속의 작은 섬인 시테 섬에 노트르담 성당과 함께 위치해있는데 아쉽게도 노트르담은 공사 중으로 관람이 불가했다. 프랑스 후기 고딕 양식으로 이뤄진 생트 샤펠은 루이 9세가 건축을 지시했고 프랑스 대혁명 이후 세속화되어 더 이상 교회 건물로 쓰이지 않고 있다. 유럽 여행을 다니며 정말 많은 성당을 봐왔지만 이렇게 많고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정말 독보적이었다. 성당 한복판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360도 위아래로 빼곡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반 고흐를 보러간 오르세 미술관
생트 샤펠을 관람하고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루브르 및 퐁피두 센터와 더불어 프랑스의 3대 미술관 중에 하나이다. 센 강변에 위치한 오르세 미술관은 꼭대기의 시계탑이 시그니처로 건물의 멋스러움을 자아낸다. 원래 이곳은 기차역으로 지어진 곳인데 점차 그 역할이 쇠퇴하면서 1978년부터 역사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여 1986년 미술관으로 재개장하였다. 우리는 특별히 예약은 하지 않았고 직접 줄을 서서 들어갔는데 뮤지엄패스 소지자 줄이 따로 있었고 10~20분 정도 걸려 입장할 수 있었다. 평소 6시 마감인데 오늘은 목요일이라 9시45분까지 오픈이라 저녁 시간을 이용해 관람할 수 있었다. 들어가보면 기차역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중앙홀은 과거 기차가 다녔던 공간으로 생각되며 양옆으로 미술관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5층의 시계탑은 포토존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과거 파리에 왔을때 루브르만 관람하고 이곳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었다. 반 고흐, 밀레, 마네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 데 모여있어 꼭 와보고 싶었다. 나폴레옹 3세가 구입하였다는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은 매혹적이고 신성한 느낌을 자아냈고 이와 반대로 매춘 여성의 자태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마네의 [올랭피아]는 비슷한 그림이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와닿았다. 큰 캔버스에 다양한 인간 군상을 명암의 대조를 부각하여 그린 쿠르베의 [오르낭의 매장]은 상당히 난해한 느낌을 주었다. 농촌의 노동자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그린 밀레의 작품들에선 무언가 따뜻한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반 고흐의 작품이 가장 기대가 되었는데 [별이 빛나는 밤에]가 현재 영국의 내셔널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고 하여 런던에서 못 보고 온것이 아쉬웠다.
노르망디 투어를 떠나는 날
9월 20일 금요일 오늘은 몽생미셸 투어를 떠나는 날이다. 중세 바이킹의 흔적이 남아있는 노르망디 에트르타와 옹플뢰르도 함께 총 3군데 투어를 도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2인 34만원에 투어를 미리 예약하였다. 당일치기로 일정이 빠듯하여 이른 아침 파리에서 출발하고 새벽 1시가 넘어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오전 6시반에 파리의 어느 중심가 역에서 가이드분과 팀원들을 만났다. 총 10명 남짓한 인원이었고 수신기를 받고 작은 봉고차에 타서 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수신기를 통해 간단한 소개와 설명을 해주셨는데 너무 이른 아침이라 조용한 환경에서 잠을 청하며 이동했다. 노르망디로 떠나는 고속도로 중간에 어느 휴게소에 잠시 들렀고 상쾌한 공기가 흘렀고 저멀리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에트르타(Etretat)는 프랑스 북서부의 노르망디 지방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19세기 말에 철도와 역이 건설되면서 해변 휴양지로 변모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해변과 더불어 아치를 포함한 석회암 절벽으로 유명한데, 코끼리 모양을 닮아 코끼리 절벽으로 불린다. 19세기에 많은 예술가들이 이 절벽의 풍광을 그리기 위해 몰려왔는데 인상파 화가로 유명한 모네도 그 중 한명이다. 해변 한복판에는 모네가 절벽을 보고 그린 [에트르타, 아발의 수문, 항구를 떠나는 낚시배] 라는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있다. 바람부는 이곳의 풍경은 마치 제주도의 섭지코지, 오키나와의 만좌모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1시간 정도 남짓 이곳을 둘러보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였다. 지평선이 보이는 광활한 지대를 달리다 유명한 노르망디교를 마주쳤다. 프랑스 북부 센 강에서 오트노르망디 지역의 르아브르와 바스노르망디 지역의 옹플뢰르 두 항구도시를 잇는 사장교로 완공 다시 세계에서 가장 긴 사장교였다고 한다.
바이킹의 숨결이 숨쉬는 옹플뢰르
노르망디교를 건너 얼마 지나지 않아 옹플뢰르(Honfleur)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이킹의 후손들이 11세기에 자리 잡아 그들의 숨결이 이어진 천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배를 건조하던 선원 목수들과 항구에 관련된 사람들이었는데 떡갈나무를 이용하여 지어진 많은 목조 건물들이 눈에 띈다. 병풍처럼 나열된 알록달록한 건물들과 차례로 진열된 보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풍경에 취해 19세기 에릭 사티와 피카소를 비롯한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랑했던 동네라고 한다.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운치있는 마을의 풍경을 보니 세상 모든 걱정거리가 잠시 잊혀진 듯 했다.
사과는 옹플뢰르의 특산품인데 이를 활용해 만든 와인이나 꼬냑이 유명하다고 한다. 가이드님의 소개로 어느 꼬냑 가게에 시음을 할 수 있었다. 사과주를 끓여서 만든 깔바도스라는 꼬냑인데 향이 풍미가 좋고 달달하여 기념으로 구매하였다. 마을 중심부에는 생트 카트린 성당이라는 오래된 목조 성당이 있다. 옹플뢰르는 2차 세계 대전에도 폭격이 이루어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성당 덕분이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성당 맞은 편에는 목조 시계탑이 있는데 공중 화장실로 쓰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운치 있고 한적한 바이킹 항구 도시를 둘러보면서 아기자기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투어 중이라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에 점심은 간단히 길거리에서 피자를 사먹었다.
꼭 한번 가봐야할 몽생미셸
옹플뢰르 구경을 마치고 드디어 노르망디 투어의 하이라이트 몽생미셸로 향했다. 성 미카엘의 산이라는 뜻을 가진 몽생미셸(Mont-Saint-Michel)은 작은 바위섬에 지어진 최대 80m 높이에 이르는 수도원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노르망디 해변의 작은 섬에 올곧게 새워진 이곳은 1년에 3~4번 찾아오는 대만조때는 섬이 물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이곳에서 운행하는 버스로 갈아타고 몽생미셸로 향하게 되는데 저멀리 보이는 바위섬 건축은 정말 역대급이었다. 바다 위에 우뚝 솓은 수도성의 위용이 장관이었다. 영화에서만 볼 법한 건축이 수백년전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실제로 이곳은 반지의 제왕, 라푼젤 등 다양한 영화의 배경 소재로 쓰였다고 한다. 몽생미셸의 첫인상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정문을 통해 들어가면 생각보다 많은 상점이 입점해있다. 정상을 따라 올라가기 위해 상당히 많은 계단을 걸어야 하는데 성 내부에 있는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유혹한다. 가이드의 설명을 따라 정상까지 걸었고 이곳의 역사도 마치 영화같았다. 처음에는 성당과 수도원으로 건설되었지만 전략적 요충지로써 군사 요새화를 위한 공사도 별도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때는 대포에 맞아 일부 무너졌고 다시 재건하면서 고딕 양식의 건축이 지어졌다고 한다. 이후 루이 15세 때는 감옥으로 탈바꿈되었고 프랑스 혁명 기간에는 정치범 수용소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80m에 달하는 정상에 도착하니 탁트인 갯벌과 지평선이 펼쳐졌고 수백년 전 그 옛날에 이 작은 섬에 이렇게 높고 아름다운 건축이 이뤄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던 몽생미셸
정상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는 몽생미셸 내부의 여러 공간을 거쳐 지나간다. 건물 곳곳에 정말 다양한 예배당들이 많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인공적으로 만든 회랑이었다. 과거 이곳에 머물던 수도사들이 햇빛을 쐬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만든 회랑에는 잔디가 쭉 깔려있다. 바위섬에 쌓은 건축물의 한 가운데 이런 푸릇푸릇한 정원을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경이로웠다. 다만 그 아래층으로 내려오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습기가 관리가 안되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여러 예배당과 성스런 공간을 지나 1층으로 내려왔고 투어를 마치게 되었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멀리 보이는 몽생미셸은 다시 한번 경이로웠다.
저녁 식사는 몽생미셸 초입구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투어팀 단체로 먹었다. 어디서 먹을지 고민할 필요없어서 너무 좋았다. 홍합, 스테이크, 굴 요리 등 배불리 먹었고 여유롭게 돌아갈 준비만 하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이드님이 아주 좋은 스팟이 있다고 강가로 데려가주셨다. 저녁 8시가 되니 얕고 잔잔했던 하천물이 가득차면서 물살치는 대장관이 만들어졌다. 저멀리 작게 보이는 몽생미셸도 아득하게 아름다웠다. 이로써 몽생미셸 투어를 마치고 파리로 이동하였다. 너무 피곤했는지 착석감이 좋지 않은 봉고차안에서도 거의 안깨고 파리까지 잘 도착하였다. 숙소까지 친히 가이드님이 데려다주셨고 새벽 1시쯤 도착하여 경이로운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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