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포르투의 마지막 날
10/10 아침이 밝았다. 어느덧 한달 유럽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랐고 포르투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는 날이다. 이번 유럽 여행 행은 전반적으로 날씨가 무척 좋았는데 행운의 여신은 포르투에서도 등장했다. 맑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이 비추는 포르투는 지난 며칠보다 더욱더 아름다운 도시였다. 어제처럼 숙소 The House of Sandeman 조식은 무척이나 훌륭했고 서비스가 좋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외출하였는데 그동안의 풍경과 너무나 달랐다. 동 루이스 다리를 건너 도루 강변의 Cais da Ribeira 거리에는 아침부터 플리마켓이 한창이었다. 황량한 곳인 줄만 알았는데 날이 좋으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각종 기념품, 악세사리 등 둘러볼 것이 정말 많았던 이곳을 지나서 수많은 계단을 타고 올라 비토리아 전망대에 도착했다. 비토리아 전망대는 탁트인 공간으로 멀리 포르투의 전경이 맑은 날씨 덕에 한눈에 들어왔다.
비토리아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골목과 계단에는 느낌있는 공간들이 많다. 특히나 Escadas do Codeçal 라는 골목은 도루강이 내려다 보이는 계단 전망이 쭉 펼쳐지고 주변의 앤티크한 집과 작은 상점들이 매력적이다. My Coffee Porto-Escadas 라는 카페는 이 계단 중턱에 위치한 곳인데 멋진 SNS 사진 스팟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안에 자리가 별로 없어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맑은 날씨 덕분인지 골목마다 상인들이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었고 인파로 몰리는 동 루이스 강을 다시 건너왔다.
화창한 동 루이스 다리 뷰와 스냅 촬영
도루 강 아래쪽 땅으로 넘어와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는데 어디갈까 하다가 어제 저녁 모루 언덕 쪽에 있던 바가 생각나서 가보기로 하였다. 케이블카 바로 옆에 있는 Esplanada do Teleférico 란 곳이었는데 입구부터 워낙 럭셔리해보였다. 야외 테라스로 연결된 구조여서 햇살을 맞으며 도루 강과 포르투 풍경을 한번에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곳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이곳에서 먹은 맥주는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시원함과 청량함이 멋진 뷰와 함께 배가 되는 듯했다. 피자와 커피, 맥주를 주문하여 총 25유로 정도의 비용이 들었고 생각보다 비싸진 않았던 것 같고 꼭 한번 가보길 추천한다.
멋진 뷰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는 다시 언덕을 타고 내려왔다. 동 루이스 다리는 어느쪽에서 보아도 아름다웠고 이곳의 품격을 드높여주고 있었다. 숙소 앞의 화창한 풍경과 사람들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해 보였다. 우리는 숙소에서 잠시 쉬고 단장하고 나왔는데 스냅 촬영을 하기로 하였다. 원래는 전날 예정이었는데 날씨가 안좋아 오늘로 미루게 되었고 몇명 없는 포르투 스냅 작가 중 한분을 섭외하여 45분간 모루 정원부터 시작하여 내려오는 코스로 사진 촬영을 하였다. 여유가 된다면 멋진 유럽의 도시에서 스냅 촬영 한번 남기는 것도 의미있는 일인 것같다.
포르투에서 다시 파리로
스냅 촬영을 마치고 우리는 포르투의 또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해서 숙소를 공항 앞에 잡았기 때문이다. 예약한 곳은 정말 공항 바로 앞에 위치한 Park Hotel Porto Aeroporto 란 3성급 호텔이었고 1박에 13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곳은 공항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최적화된 곳이었다.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는 투숙객들을 위해 픽업 차량 서비스를 운행하고 있었고 저녁에도 먹을 수 있는 뷔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름답지만 조금은 불편했던 구도심을 벗어나 신식의 시스템을 접하니 너무나 편했다. 좀 비싼 가격이긴 했지만 저녁 뷔페를 배불리 먹고 짐정리를 다시 한번 마친 다음 유럽에서의 마지막 밤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워낙 짐이 많고 무거웠기에 픽업 서비스는 너무나 유용하였다. 짧은 거리지만 새벽부터 짐을 힘겹게 운반할 필요없이 상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항공편은 7AM에 포르투에서 출발하여 10AM 경에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하는 이지젯 항공이었고 2인 3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파리에서는 공항에 짐을 맡기고 낮 동안 구경하다가 밤 비행기로 다시 인천으로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공항에 Bagages Du Monde 라는 짐 보관소를 이용했고 보관하는 시간 단위, 익스프레스 체크인아웃 형태로 비용이 달라진다. 우리가 맡기고 찾을 때는 다행히 사람이 없어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이용하지는 않았다.
가을에 다시 만난 에펠탑
10월 11일 도착한 파리는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지난 9월 23일에 파리를 떠나 20일도 채 안된 기간에 돌아왔는데도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우리가 포르투에 있던 동안 몰아친 폭풍우가 이곳도 휩쓴 듯 하였다. 센 강의 수면은 몰라보게 높아졌고 강변의 산책로도 물에 잠긴 곳이 많았다. 황토색으로 불어난 강물이 위협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화창한 햇살과 하늘은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는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였고 짙은 가을의 향기가 무성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막연히 식당을 뒤졌는데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먹기에는 돈도 시간도 아까워 Five Guys 를 찾았다. 영국에서부터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먹게 되었다. 버거 2개와 바닐라 쉐이크, 콜라 등을 먹었는데 40유로가 넘는 가격으로 다소 비싸게 느껴졌지만 정말 맛있었다.
며칠 전 경험한 여름의 파리와 다르게 다시 찾은 파리는 짙은 가을의 한가운데 있었다. 2024 파리 올림픽의 랜드마크였던 에펠탑의 올림픽 로고는 떼졌고 도시 곳곳의 올림픽의 흔적은 모두 없어졌다. 덕분에 경기장 철거 때문에 가려져 있던 앵발리드와 알렉상드르 3세 다리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파리에 처음 왔을 때처럼 우리는 센 강을 따라 쭉 걸었고 걷는 걸음마다 뒤로는 에펠탑이 함께 했고 눈에 담고 싶은 파리의 전경이 펼쳐졌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도시 중에 제일은 역시 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포르투에서 잠시 무리해서 거쳐가는 일정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다른 계절에 다시 한번 이곳을 경험해봤던 몇 시간의 순간은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길고 긴 대장정의 끝
저녁 8시30분 티웨이 항공을 탑승할 예정인 우리는 여유있게 샤를 드골 공항으로 돌아왔다. 짐을 찾는데 기다리며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Tax refund 하는데 우왕좌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웨이팅 없이 캐리어를 되찾았고 Tax refund 도 안내가 워낙 잘되어있어 어렵지 않았다. 안내판을 따라 잘 따라가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한국어가 능통한 중국인이 친히 다 도와주워 도장받고 봉투만 넣으면 끝이난다. 유럽에서 쇼핑을 하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그동안 바르셀로나와 세비야 등 유럽 전역에서 구매하고 보관했던 서류들의 작업이 한번에 끝나니 너무나 후련하고 여행이 진짜 마무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탑승 수속을 하기전에는 LADUREE 매장이 있어 남아있던 현금을 다 털어 구매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본점에 가보고 싶었는데 영업 시간이 지나 못가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파리는 공항도 다른 곳과 달랐다. 샤를 드골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간은 인공 공원처럼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한달 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가는 후련함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여행 스케줄이 변경되어 급하게 예약한 티웨이 항공은 최근 유럽 노선이 추가로 신설된 것이라고 한다. 다른 국적기 항공에 비해 기내식도 단촐하게 나오고 조금 부족한 서비스가 있었지만 여러모로 가성비 항공사였고 만족스러웠다. 추가금을 내고 우동 컵라면과 화요 한잔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한달 간의 행복하고도 피로했던 여정을 뒤로한채 한숨 푹 잠에 들었고 무사히 한국에 도착하게 되었다. 계획한대로 안전하게 행복하게 건강하게 여행을 마쳤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성공적인 서유럽 1달 여행이었던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