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호흡기 질환이라고 한다. 기원전의 화석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되었고 중세시대의 다양한 그림속에서 창백한 모습으로 기침하는 결핵 환자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오랜 역사동안 인류를 괴롭혔던 질환이다. 독일의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에 의해 1882년 결핵의 병원체인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이후 많은 연구와 치료법의 개발을 통해 현재는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 되었으나 상대적으로 진단이 까다롭고 오랜 기간의 치료가 요구되어 어려움이 많다. 과거에 개발도상국에서나 발생하는 병으로 생각됬던 결핵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이 많이 감소하였지만 여전히 OECD 에서는 단연 첫번째로 많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2021년 신규 결핵환자는 1만8335명으로 지난 10년간 절반 이상(53.6%) 감소하였으며 이중 폐결핵이 1만4100명(76.9%)로 가장 많았고 폐외결핵은 4235명(23.1%)로 확인되었다. 65세 이상의 어르신이 전체 결핵 신환자의 절반 이상(51.3%)를 차지하였다.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 검진을 받아야
결핵은 코로나19처럼 공기 매개 전파 감염병이다. 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공기 중으로 나온 결핵균이 일시적으로 공기에 떠 있다가 주위 사람들이 숨을 쉴 때 폐로 들어가서 전염되고 폐로 들어온 결핵균이 증식되면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폐결핵 환자 1명이 100명의 일반인에게 결핵균을 노출하게 되며, 100명 중 30명이 결핵에 감염되어 잠복 결핵의 상태가 되고 3명이 증상을 보이게 된다. 전체 결핵 환자 중 75~80%를 차지하는 폐결핵 환자는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객혈, 만성 피로감, 흉부 통증, 식은땀, 체중감소 등을 특징으로 한다. 보통의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인한 기침은 대부분 2주 안에 호전되기 때문에 2주 이상 지속된다면 결핵이나 폐렴 등의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흉부 X-ray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 임파선, 뇌, 심장, 소장 및 대장, 뼈 등의 다양한 장기에 생기는 폐외결핵은 20~25%를 차지하며 전염성이 없다.
진단을 위해서 객담검사, 흉부 X-ray, 흉부 CT 등의 검사를 시행한다. 객담검사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가래를 최소 2~3회 채취하여 항산균 도말검사와 배양검사를 실시한다. 아침 공복 상태에서 물로 입안을 헹구가 첫 가래를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깊은 기침으로 폐 밑의 가래를 끌어내어 체취한다. 항산균 도말검사(Acid-Fast Bacillus Smear, AFB stain)란, 체취한 가래를 슬라이드에 발라 Acid-Fast(산을 견딘다는 의미)라는 특별한 염색처리 후에도 현미경에서 막대기 모양의 항산균(AFB)이 검출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인데, 항산균 중 가장 흔한 것이 마이코박테리아 속의 결핵균이다. 결핵균으로 의심되는 항산균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이나 정확도가 30% 정도로 낮은 것이 단점이다. 도말검사 후 남은 가래를 배양액에 담가서 1~2달 동안 배양검사를 진행하는데, 결핵균은 증식이 매우 느리고 서서히 진행되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양검사는 균 수가 적더라도 검출이 잘되며 진단의 정확도가 70%나 될 정도로 비교적 정확한 검사이다. 또한 흉부 X-ray 와 CT 등의 영상검사를 통해 폐결핵의 특징적인 소견을 관찰하여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활동성 결핵, 비활동성 결핵, 잠복 결핵
위와 같은 증상을 보이며 몸안의 결핵균이 활발하게 증식을 하고 기침을 할때 균이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에게 전염을 시킬 수 있는 상태를 활동성 결핵이라고 부른다. 또한 증상이 없고 가래에서도 결핵균이 관찰되지 않으나 우연히 검진에서 흉부 X-ray 를 찍고 결핵이 앓고 지나간 흉터나 이상 소견이 보이는 것을 비활동성 결핵이라고 부르며, 이는 나이가 들거나 면역기능이 약화되면 활동성으로 진행될 수 있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요한다. 증상이 없고 X-ray 및 객담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으며 전염력이 없는 상태이나 결핵균에 감염되어 체내에 소수의 살아있는 균이 존재하는 상태를 잠복 결핵이라 한다. 잠복 결핵자 중에 1~2년 동안 5%가 실제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될 수 있고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항암치료를 받는 등의 면역 저하 상태가 되면 갑작스러운 결핵 발병으로 주변인에게 옮길 수가 있다. 가족 중에 결핵 감염자가 있다면 동거인 중에 30% 가까이 잠복 결핵에 감염되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서 결핵이 박멸되지 않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국가에서는 결핵환자 접촉자 검진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결핵 환자와 접촉했다면 결핵 및 감염여부에 대해 검사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어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약물치료가 기본
결핵균은 성장속도가 느리고 간헐적으로 증식하며 세포내 감염을 일으키고 건락성 괴사를 일으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3~4가지 약제를 병합하여 6~9개월 장기간의 약물 치료를 원칙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감수성이 있는 결핵이라면 이소니아지드, 리팜핀, 에탐부톨, 피라진아미드를 복용하지만 내성균이라면 2차 약제를 복용하여 더 까다로운 치료가 요구된다. 첫 2달은 집중치료기로 위의 4가지 약제를 모두 복용하여 총 13알 정도의 많은 약을 먹게 되며, 이후 4달은 유지치료기로 약제가 줄어 4~5알 혹은 7~8알 정도의 약을 먹게 된다. 도중에 약 복용을 자의로 중단하거나 끊게 되면 내성이 생기고 치료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지침대로 정해진 기간동안 약 복용을 완료하여 내성을 막고 재발을 방지하여야 한다. 위장관 장애, 피부 두드러기, 관절통, 시력 감소, 간독성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 바는 있으나 드물고 심하다면 약제를 변경할 수 있다. 약 복용후 통상적으로 2주 정도 지나서 증상이 호전되고 내성균도 아니라면 전염력이 거의 없으므로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다. 실제 대부분의 전파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이루어지며 평소 손위생과 마스크착용, 기침 예절 등을 잘 준수하여 결핵 뿐 아니라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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